"광고를 내도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사장인 저도 1년에 하루도 못 쉬고 일하는 판국에 외국인 노동자들마저 못쓰게 하면 중소제조업체들은 공장 문을 닫으란 말입니까." 경남 창원시 소계동에서 선반과 지게차 부품 등을 만들고 있는 덕우정밀 성환우 사장(44)은 26일 "사람이 없어 공장을 제대로 가동 못해 답답한 마음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침 술을 한잔했다"며 "공장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 회사 직원 월평균 임금은 1백35만원선. 공휴일 잔업분까지 더하면 보통 1백40만∼1백45만원 수준이다. 성 사장은 많은 월급은 아니지만 회사 형편에 비춰 최대로 주고 있는데 1년째 일자리를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며 외국인 노동자마저 떠나게 되면 중소기업은 죽으란 말이냐고 항변했다. 창원산업단지 내 공작기계 제조업체를 다니던 성씨가 회사를 설립한 것은 지난 1989년. 성실히 일해 10년 후 10명가량의 직원들을 두고 2백평짜리 공장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직원 1명을 두고 성씨 부부는 공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착실히 적금을 부어 목돈이 생기는 대로 밀링과 머시닝센터 등 공작기계를 샀다. 무려 열번의 이사 끝에 현재 자리에 공장도 마련했다. 중고로 구입한 93년형 승용차를 바꾸자는 중학생 딸이나,아파트 한칸 장만해 보자는 아내의 말도 뒤로 한 채 일에 매달렸지만 일손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른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놀고 있는 친구 아들을 데려와 일을 시켜 보려고 했지만 "접객업소 웨이터로 일하는 것보다 월급이 적어 차라리 프로 게이머가 되겠다"며 돌아가는 등 젊은층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할 수 없이 불법체류 외국인 2명을 구해 일을 시켜왔는데 그나마 체포될 것을 우려해 지난달 말 나가버리고 말았다. 지금까지 5명이 일해 왔으나 이날 한명이 결근한 바람에 성씨가 공작기계를 직접 가동시키고 부인도 경리 겸 현장 일을 거들고 있다. 고용허가를 받은 인도네시아 출신 마테우스씨(24)를 데려와 기초부터 가르쳐가며 일을 시키고 있는데 아직 초보 수준이다. 3명은 더 채용해야 납기를 맞추고 공장을 제대로 돌릴 수 있어 매일 야근하기 일쑤다. "19살 때부터 공장 일을 시작해 기술 하나를 믿고 집 한칸 마련하지 못한 채 기계를 사는데 모든 걸 투자했습니다. 왜 사업을 시작했는지 정말 후회가 됩니다. 오죽하면 마테우스에게 귀국할 때 나도 기계 싸들고 인도네시아로 함께 가자는 말까지 했겠습니까. 정부가 중소 제조업체가 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것은 해줘야 할 것 아닙니까." 그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남은게 없다"며 "20여년간 가꿔온 '꿈'을 포기하고 장사를 해볼까 생각 중"이라며 울먹였다. 창원=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