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최고 인기 드라마 '대장금'을 가장 먼저 상표 출원한 곳은 드라마 방영사인 MBC가 아니라 웅진식품이다. 여기에는 '아침햇살'과 '초록매실'의 히트 주역 조운호 사장(41)의 '순발력'이 숨어 있다. "드라마 방영 초기 모 경영대학원에서 강의한 후 학장실에서 얘기를 하다 조선 유일의 여성 어의(御醫) '대장금'의 진가를 알게 됐습니다.'이거 식품 브랜드로 되겠다' 싶어 바로 직원에게 상표등록 출원을 지시했습니다.옆에서 전화하는 걸 보던 학장도 사업가로서의 순발력을 인정해 주더군요." 조 사장의 기지에 힘입어 웅진식품은 하루 차이긴 하나 MBC보다 앞서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출원하게 됐다. 90년대말 인기 프로 '성공시대'를 통해 조 사장의 성공담을 소개했던 MBC가 이번에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조 사장은 '대장금'브랜드를 활용해 홍삼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최고 권위의 홍삼 브랜드인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正官庄)'에 '대장금(大長今)'으로 도전장을 던지는 셈이다. "대장금이 주는 이미지는 건강식품에 잘 맞아 떨어져 내년 상반기에 시작하는 홍삼 브랜드로 활용할 계획입니다.홍삼 음료는 물론 절편삼과 같은 정통 홍삼제품도 출시할 생각입니다." 그는 웅진식품의 전신인 웅진인삼에서 20여년간 인삼제품을 취급한 적이 있어 제품력에는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 MBC와의 상표 분쟁에 대해서는 "MBC보다 먼저 상표등록 출원을 해놔 선출원주의 원칙에 따라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홍삼 시장에는 지난 96년7월 전매제가 폐지된 이후 여러 업체들이 뛰어들었으나 대부분 중소업체들로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웅진식품과 같은 중견 식품업체가 '대장금'이라는 막강한 브랜드로 진입할 경우 한국인삼공사가 '정관장'으로 장악하고 있는 시장구도에 어떤 변화를 낳을지 주목된다. 조 사장은 건강식품 강화 차원에서 홍삼 외에도 12월께 수험생용 식사대체식품을 '자연은(自然恩)'이란 브랜드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곡물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 선식제품과 달리 고기를 갈아 넣는 등 지방 단백질 등을 함께 보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는 설명. 또 싱가포르에 내년 초 첫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음료 사업의 해외 진출도 강화할 예정이다. 조 사장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4백50억원의 누적적자를 모두 해소했다"며 "내년 실적을 봐 2005년께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