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이종승)이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17번 문제의 복수정답을 인정한 것이 '최선의 답 찾기' 등 수능원칙을 깨는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평가원은 복수정답 인정 전까지 언어영역 17번과 사회탐구(짝수형) 67번, 과학탐구 화학Ⅱ 67번 등 오답시비에 대해 "주어진 문제 내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토대로 출제자 의도를 파악, 최선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게 수능의 원칙이라며 이 원칙으로 볼 때 정답에는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많은 언어영역 전문가들과 ③번 정답자들도 복수정답 인정 전까지 이 원칙을 근거로 정답은 ③번뿐이고 ⑤번은 '매력적인 오답'일 뿐이라며 정답수정 가능성을 일축했었다. 그러나 평가원이 자신의 방어무기로 사용해 온 이 수능원칙은 언어영역 17번에 대해 ⑤번까지 정답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 평가원을 역으로 공격하는 최대무기로 돌변해 평가원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일부 평가전문가들과 교사들은 평가원의 이번 조치가 수능의 대원칙을 스스로 깨는 것이어서 앞으로 문제 출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시험 후 오답시비 가능성도 증가시키는 등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평가원 관계자는 "복수정답 인정 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답을 찾는 원칙이 깨진 것이냐는 항의성 문의가 많이 온다"며 "원칙을 깬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문항 자체의 결함을 지적하는 등 복수정답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설명하고 있으나 잘 수긍하지 않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언어영역 17번 ③번 정답자들은 갑자기 바뀐 평가원의 입장과 설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언어영역 교사와 강사들도 ③번 정답의 타당성을 지적하며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 수능사이트의 언어영역 대표강사인 이모씨는 이 문항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답변을 통해 "주어진 지문이나 보기에 충실하고 출제자 의도를 파악해야 하며 최선의 답을 골라야 하는 수능의 기본원칙으로 볼 때 답은 ③번이며 ⑤번은 매력적인 오답"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평가원의 의뢰로 이 문제를 검토한 전문학회 의견도 최선의 답을 찾는다는 원칙으로 볼 때 ③번만을 정답으로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전문학회 전문가 7명 중 5명이 ③번이 정답이라는 의견을 내고 이중 2명은 ⑤번도 정답이 절대 아니라고는 할 수는 없다고 했으며, 1명은 ③번과 ⑤번을 같은 비중의 정답으로, 다른 한 명은 ⑤번만 정답이라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③번 정답 지지자들은 3명이 ③번만 정답이라고 했고 2명도 ③번이 최선의 답이라고 인정한 것이며, ⑤번을 최선의 답으로 인정한 것은 1명뿐인데 이를 토대로 복수정답을 인정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의 교사들도 복수정답 인정으로 '수능의 원칙'이 신뢰를 잃었다며 절대진리만 답이 될 수 있다면 올 수능에서도 문제가 있는 문항이 더 있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문제 출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오답시비 가능성도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수능의 원칙을 깬 것이 절대 아니다"며 "언어영역 17번은 질문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⑤번 '실'도 답으로 볼 수 있다는학문적 판단이 나와 평가원과 출제위원단이 이런 오류를 인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