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발생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복수 정답사태'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언어영역 17번 문제에 대해 3번 외에 5번도 정답으로 인정해주기로 하자 3번 정답자들이 재채점중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또 교육ㆍ시민단체와 야당은 책임자 문책과 수능제도 개편을 주장하고 나섰다. ◆ 3번 정답자 집단 반발 확산 =언어영역 17번의 3번 정답자 모임인 인터넷 다음의 카페 '언어영역 17번은 3번이 맞습니다(cafe.daum.net/right173)'와 '3번 정답자들의 오프라인 결사대(cafe.daum.net/threeanswer)' 회원 20여명과 학부모 5명은 25일 서울 종각역 앞에 모여 복수정답 발표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언어영역 17번은 3번이 맞습니다'의 카페운영자 최인호군(안양 부흥고 3)은 "평가원이 복수정답을 인정한 것은 '매력적인 오답'을 선택한 다수 수험생의 논리에 휘말려 원칙을 잃은 결과"라며 "애써 3번을 맞힌 학생들이 상대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법적대응 등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이정애씨(44)는 "고민 끝에 3번 답을 고른 학생의 노력은 전혀 인정 안되는 것이 아니냐"고 항변했다. 이들은 '언어영역 재채점 중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대응 방안을 결정하고 가처분신청이 무산되면 대입전형에서 대학측이 3번 정답자와 5번 응답자간 차등배점을 하도록 교육부에 건의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이날 '언어영역 17번은 3번이 맞습니다'의 회원수는 순식간에 3천명에 육박했다. 한 입시 전문가는 "복수정답 인정에 따른 파급은 언어영역 평균과 등급, 모든 학생의 표준점수, 종합등급에도 미친다"며 "2점은 대입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수이기 때문에 3번 정답자들의 반발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응시자 63만9천여명중 3번이라고 답한 사람은 15%인 9만6천여명에 불과하지만 5번을 쓴 수험생은 70%인 43만7천명에 달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3번 정답자의 허탈감과 반발은 이해가 되지만 복수정답 인정은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 교육ㆍ시민단체도 가세 =이번 파문은 수능시험 제도개선과 교육과정평가원 폐지 요구로 확산되고 있다.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단체는 이날 복수정답을 인정하게 된 근거와 과정에 대한 해명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촉구하면서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교육부와 평가원의 관련 책임자를 문책할 것을 강력 요구했다. 또 한나라당은 논평을 내고 "이번 수능은 재채점과 출제위원 논란,참고서 유사지문 출제 등 숱한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재발방지 대책 수립과 윤덕홍 교육부총리를 비롯한 수능관계자에 대한 문책을 촉구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