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에까지 다 신고했다. 과외신고필증을 게시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게 불법이라면 벌금 내면 될 것 아니냐" 24일 저녁 사설학원 인가를 받지 않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해당 학원 단속에 들어간 서울시교육청의 특별단속반은 학원 강사들의 돌발적인항의를 받고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학원에 자신의 이름 내건 원장은 단속반이 들이닥치기 전에 사라져 전화연락조차 되지 않았고 일주일에 2번만 온다는 강사는 자신의 개인과외 신고필증을 들이대면서 "법을 지키며 '영업'을 하고 있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던 것이다. 단속반 관계자는 "신고필증을 게시하지 않은 것만도 죄가 됩니다"는 말만 되풀이 할뿐 10번 강의하고 70만원을 받는 수강료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특별단속반이 두번째로 학원 광고 전단 한장만 들고 찾아간 보습학원은 가지 않는 것이 좋을 뻔 했다. 무등록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이를 점검하려 했으나 학원은 이미 관할세무서가 발행한 신고필증을 소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 학원이 문을 연 것은 지난 9월이었지만 강의를 시작한지는 아직 1달도 채 안된 곳인데다 학원생도 고작 20여명에 불과했다. 단속반이란 사실을 알고 수시로 고개를 떨구던 '초보' 학원장은 20명의 수강료장부라도 보자는 단속반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리하려고 집에 두고 왔다"며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쳤다. 단속반은 이 학원에서도 "신고필증을 받았더라도 게시하지 않으면 불법이다"는말만 또 되풀이했다. 지난 13일 서울시교육청이 강남지역 불법과외 학원들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이날 저녁 일제히 첫 단속에 나섰지만 '전쟁'이란 표현이 무색할 만큼 그 효과에 대해서는 주위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강남지역 학원 특별단속본부'라는 현판식까지 거창하게 치렀지만 관련 지식이부족한 시민단체 회원이나 경험이 모자란 공무원들로 이뤄진 단속반원들에 대한 사전 교육은 고작 4시간에 불과해 현장 대응능력이 뒤떨어진다는 것이 단속 첫날의 대체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은 특별단속을 실시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때부터 줄곧 제기됐지만서두른 흔적이 뚜렷한 이번 특별단속은 그대로 진행됐다. 전문 지식이 부족해 단속현장에서 제대로 묻거나 질문을 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으며 단속규정을 그때그때 일일이 대조해 보느라 많은 시간만 허비했다. 단속정보의 유출을 우려해 강남지역 학원을 전담했던 공무원들을 이번 단속에서제외한데다 어느 곳을 점검할지도 단속반원들에게 조차 미리 알려주지 않아 사전정보가 전혀 없는 채 학원에 마냥 들이닥치기만 했다. 단속반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제보내용이 대부분 전단지 수준이어서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준비기간이나 내용이 너무 부족한 채 시작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처음인데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해 미숙한 점이 많이 노출됐으나 고액과외도 일부 적발됐다"며 "단속이 진행될수록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정말 잡아내야 할 불법과외는 더 꼭꼭 숨어버릴까 봐 걱정이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