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최저기온이 섭씨 영하 4도를 기록, 올들어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23일 오전 전북 부안읍내. 기온이 뚝 떨어지고 일요일 아침인 탓인지 교회나 성당에 가려고 성경책을 겨드랑이에 끼고 바쁘게 지나가는 일부 주민을 제외하곤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상설시장에는 문을 닫은 상점이 대부분이었고 도심을 지나는 주요 도로에도 간간이 차들이 지나는 등 여느 시골 읍내의 일요일 아침과 다를 것이 없었다. 특히 최근 며칠 `핵폐기장 백지화'를 외치며 과격.격렬시위를 벌였던 부안 주민들이 22일 부안성당에서 열린 촛불집회를 평화적으로 마무리함에 따라 긴장감에 잔뜩 움츠렸던 부안 읍내는 평온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부안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시외버스터미널과 부안 수협 주변에는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주민들은 드럼통에 불을 피워놓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일찌감치 문을 연 분식집에는 뜨거운 어묵 국물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핵폐기장 백지화 범군민대책위 사무실이 있는 부안성당에는 일요일 아침 미사를위해 찾아온 주민들이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눴으며 이들 대부분은 유니폼이라도 입은 것처럼 노란 색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촛불집회장인 부안 수협 앞 도로를 사흘째 선점한 경찰도 평화적으로 집회가 마무리됐다는 소식을 듣고 22일 오후 10시쯤에 썰물 빠지듯 김제나 익산 등 부안 인근지역의 숙소로 돌아갔다. 경찰은 낮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거나 진압훈련을 하다 날이 저무는 오후 5시30분께부터는 부안에 재배치될 것으로 보여 평온했던 분위기는 밤이 되면 다시 팽팽한긴장감이 감돌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이날 밤부터는 수협 앞에서 촛불집회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안=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