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전국 파출소가 축소 통폐합된 이후 사실상 `방치상태'인 파출소 건물을 복지시설 등으로 바꿔 활용하자는 여론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자 경찰이 난감해 하고 있다. 노후 경찰서 청사를 옮기거나 증축하기 위해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파출소 건물을 처분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데다 성급하게 민간에 넘겼다가는 이곳저곳에서 서로 건물을 달라는 민원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6월 예산절감 등을 위해 전국 파출소 3천229곳을 2천912곳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등에 이관한 건물을 제외하고경찰에 남아 있는 유휴 파출소 건물은 110곳이다. 경찰은 이곳을 임시출장소나 독신 경찰의 숙소 등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시내 요지에 위치한 건물의 활용도를 따져볼 때 거의 방치된 상태나 다름없는 형편이다. 시민단체 등은 이런 파출소 건물을 노숙자 보호시설이나 복지시설로 전용할 수있게 해 달라며 경찰을 설득하고 있다. 인권실천시민연대의 오창익 국장은 "앞으로 파출소가 지구대로 재편돼 방치된파출소 건물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며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건물을 내어 주거나 지자체에 관리권을 넘겨 좋은 목적에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빈 파출소 건물의 활용실태를 조사하고 있다"며 "현재 남부경찰서 등 시설이 노후해 건물을 다시 지어야 할 경찰서가 많은데 신축 자금이 필요한 형편에서 파출소 처분금은 그 재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서 신축을 위해서는 예산을 확보하거나 지자체와 소유부지를맞바꾸는 방안이 있는데 후자가 훨씬 수월하다"며 "파출소 10개면 경찰서 1곳의 신축부지를 마련할 재원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옛 파출소 건물을 넘겨줄 수 없느냐는 종교.시민단체의 문의가많은데 어느 한 단체에 건물을 쓰도록 해 줬다간 `특혜시비'에 휩싸일 수도 있어 난감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정경제부 국유재산과의 한 관계자는 "옛 파출소 건물을 민간에 넘겨준다고 할지라도 건물 관리나 회계처리 주체가 반드시 지정돼야 하는 등 절차 문제가 남아 있다"며 "국유재산의 처분은 지자체의 입장과 예산 등 여러 사안이 맞물린 사안이라서경찰로서도 쉽게 처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