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낮 원전센터 반대 촛불집회 현장인 전북부안군 부안 수협 앞. 117일 동안 밤마다 촛불집회가 열리던, 주민들에게 `반핵민주광장'으로 불리던 수협 앞 도로는 집회 연단이 모두 철거돼 평상시와 다름 없이 차량들이 지나고 있었고 도로 옆 인도에는 핵반대 대책위 공동대표인 문규현 신부와 김인경 교무의 단식농성 천막이 세워져 있었다. 20일 밤만해도 부안 터미널 사거리부터 수협 앞 도로까지 가득했던 경찰은 보이지 않았고 잔뜩 찌푸린 날씨에다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부안읍내는 마치 초겨울의 음산하고 을씨년스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김인경 교무는 "경찰들이 낮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다가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읍내 곳곳에 가득 들어차 계엄상황을 방불케한다"며 "117일째 계속되던 촛불집회가 경찰의 폭력으로 무산됐지만 주민들은 집 앞에서라도 촛불을 들 것"이라고말했다. 부안읍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경찰력이 사상 최대인 8천여명으로 늘어난 데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부안 수협 앞에서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최모(39.여)씨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을다니는 아이가 두 명이 있다"면서 "경찰이 입고 있는 검정색 옷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 아이들은 경찰은 보고 울어버린다"고 말했다. 부안 상설시장에서 채소와 젓갈을 파는 황모(48.여)씨도 "직접 뽑아준 군수가군민을 배신한 것에 분노를 느껴 지금까지 3일만 제외하고 매일 촛불집회에 나갔다"면서 "주민들의 반대의사를 경찰을 동원해 해결하려 하다니 배신감에 화만 난다"고말했다. 핵폐기장 백지화 범군민대책위 이현민 정책실장은 "계속된 말바꾸기와 시간끌기등으로 군민들은 이제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는다"면서 "비폭력.평화적 시위를 이끌려 하고 있지만 분노한 주민들이 돌출행동을 하면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안군청 공무원들은 경찰이 부안에 대거 주둔하면서 하루빨리 과격.폭력 시위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을 보였다. 한 공무원은 "원전센터를 찬성하건 반대하건 폭력을 앞세우는 것은 절대 용납될수 없다"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찬성 측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폭력시위는 항상 촛불집회가 열린 뒤에 벌여졌다"면서 "경찰입장에서는 수협 앞을 원천봉쇄해서라도 이를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원전센터 유치를 환영하는 한 주민(65.부안군 진서면)은 "부안 발전을 위해 찬성 의견을 내비치면 `죽일 놈' 소리를 듣는다"면서 "하지만 입을 열지 않고 있는 찬성 측 주민들이 꽤 많아 지금 주민투표를 해도 막상막하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넉 달이 넘게 주민들이 원전센터 반대 집회와 시위로 시끄러웠던 부안은 경찰력의 대거 투입으로 고요해졌지만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주민 일부가 언제 어떤 과격행동을 할 지 몰라 경찰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안=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