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들의 경영행위를 문제삼아 소액주주들을 대표해 '3천5백억원의 배상소송'을 걸었으나 법원(2심)은 '경영판단의 실패에 따른 회사 손실의 책임부분에 대해선 임원들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들의 주식매각과정에서 주가적정가치산정의 문제점은 인정해 피고들은 1백20억원을 회사에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21부(재판장 김진권 부장판사)는 20일 박원순씨 등 삼성전자 소액주주 22명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진모씨 등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 10명을 상대로 '3천5백억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삼성 임원)들은 의사결정 책임자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경영판단의 실패에 따른 회사손실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다. 2001년 12월 1심에서는 임원진에게 9백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데 비추어 이날 판결은 사실상 원고패소에 가까운 판결로 법조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은 당시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천전기 인수결정을 1시간 만에 통과시킨 뒤 2년도 지나지 않아 퇴출기업으로 청산함으로써 2백76억여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나 이미 1년간의 인수검토과정이 있었고, '이익이 날 것'이라는 실무자의 분석이 참고됐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합리적인 선택범위 내에서 판단됐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경영에는 다소 모험이 수반될 수도 있으며, 실패한 경영판단에 책임을 묻는다면 경영위축이 우려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삼성전자가 94년 액면가 1만원에 취득한 삼성종합화학 주식(2천1백75만여주)을 취득 8개월 만에 주당 2천6백원에 처분함으로써 회사에 6백26억6천만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원고측 주장에 대해서는 "순자산가치로 평가해볼때 당시 주가는 5천7백33원 정도였고, 주식을 지나치게 빨리 매각했던 책임 등은 인정되나 이사는 회사의 위임을 받는 관계인 만큼 이사와 회사는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당시 주식매각으로 삼성전자는 단기손해를 봤지만 이후 반도체 부문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며 "당시 이사회 구성원이 회사의 이윤창출에 기여도가 큰 핵심인물이란 점을 감안할 때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