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2년여간 끈질긴 노력 끝에 사라져가는 고향의 구전민요를 책과 음반(CD)으로 묶어냈다. 주인공은 옥천 삼양초등학교 노한나(29.여) 교사. 노 교사는 시골마을 곳곳을 이 잡듯 뒤져 찾아낸 구전민요 85곡을 묶어 최근 '옥천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책과 음반을 냈다. 2001년 3월 이 학교에 발령받은 뒤 꼬박 2년6개월 동안 방학과 휴일을 반납한 채 발품을 팔아 채록한 노래들이다. 옥천 출신으로 청주교대 재학 중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회원으로 활동하며 구전민요에 흥미를 느낀 노 교사는 당시 청주.청원지역 구전민요 수집에 참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향 소리 찾기에 나섰다. 대부분 칠순을 넘긴 노인들을 상대하는 고단한 작업이지만 그녀는 틈나는 대로 '옛 소리'를 찾는 데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다. 나이 많은 노인 대부분은 후렴구 1∼2 구절을 간신히 기억해내는 게 고작이지만 그녀는 보다 생생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끈질긴 설득작업과 애교작전을 아끼지 않았다. 손녀같은 그녀의 열정에 못이겨 낯선 마이크 앞에서 기꺼이 옛소리를 되새겨준 노인수만도 44명. 이같은 과정을 통해 채록된 민요는 '모 찌는 소리' 등 노동요 13곡, '상여 소리'등 의식요 4곡, '방귀타령' 등 유희요 29곡, '이빠진 아이 놀리는 소리' 등 전래동요 39곡이다. 그녀의 채록작업은 학술적 가치를 고려해 무삭제를 원칙으로 하고 웬만하면 가창자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길 수 있도록 주변 풍경소리와 각종 현장음도 빼놓치 않았다. 노 교사는 "사라져가는 고향의 소리를 기록한다는 들뜬 마음에 힘든 줄 모르고 작업했다"며 "다행히 문예진흥기금에서 500만원을 지원받아 출판작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옥천민예총 회원으로 활동 중인 노 교사는 오는 22일 작업을 도와준 지인들을 초청, 조촐한 출판기념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