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계열사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 정치권에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단서를 포착하고 재벌 총수로서는 첫번째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을 전격 소환조사함에 따라 대선자금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 회장이 검찰에 소환됨에 따라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구본무 LG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여 재계를 상대로 한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검찰은 박 회장을 소환, 금호타이어 등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 지난 대선 당시 여야 정치권에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17∼18일에는 오남수 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을 소환, 이틀간 집중 조사를 벌이는 한편 그룹 전략경영본부 등에서 넘겨받은 관련자료 분석을 통해 비자금을조성,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정황을 대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에 이어 재벌총수로서는 구본무 LG 회장의 소환조사가 임박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검찰은 12일 LG 계열사로서 비자금 조성 창구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LG 홈쇼핑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한데 이어 구 회장 소환에 앞서 그룹 관계자들을 불러비자금 조성 및 불법 대선자금 전달 여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특히 LG의 경우 검찰이 그룹 오너에 대해 부당내부거래에 따른 배임 혐의 적용까지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2의 SK사태'로 비화할지 여부를 놓고재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검찰은 LG그룹이 99년 4월 LG정보통신이 보유한 LG홈쇼핑 주식 101만6천주를 구회장에게 시세보다 싼 가격에 양도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이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안대희 중수부장은 "SK의 사례처럼 재벌기업의 부당내부거래 행위에대해서는 배임 혐의를 적용,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도 있다"고 언급, 경우에 따라오너들의 경영비리까지 메스를 들이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LG 홈쇼핑이 현금 거래가 많은 유통업체로서 납품업체 등을 통한 비자금 조성이 용이한 기업이라는 점도 대선자금의 출처를 쫓고 있는 검찰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재계 1위 기업인 삼성 역시 이학수 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장이 출국금지 조치된데 이어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예외없이 혹독한 `한파'를 맞게 될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된 모든 기업에 대해 획일적으로 압수수색이나 총수 소환조사 등 고강도 압박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에는부담감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13일 LG 등 대선자금 수사대상에 올라있는 계열 기업들의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오르다보면 떨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검찰수사와 주가 하락에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LG 홈쇼핑에 대한 압수수색이 수사에 비협조적인 기업들을 길들이기 위한 `위력시위'가 아니냐는 시각에 "비자금을 조성해 대선자금을 제공했다는 충분한 근거와 단서를 갖고 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또한 검찰은 기업별로 수사 방법과 강도가 각각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대선자금 수사가 일부 기업에 편파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재계 일각의지적도 일축했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대신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비자금만을보기 위해 압수수색을 하지는 않는다"며 다소간 융통성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을 상대로 동시에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비자금을 조성, 대선자금을 제공했는지 여부 등 기업별로 접근방법과 수사 진행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겉으로는 일부 기업만 호되게 당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