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등 8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전국농민연대 소속 농민 7만여명(이하 경찰 추산)은 19일 서울 도심곳곳에서 농업개방 반대를 요구하는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했다. 전국에서 버스 2천여대에 나눠타고 올라온 농민들은 여의도 한강 둔치에 6만5천여명이 모인 것을 비롯,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도 6천여명이 집결해 각각 집회를열었다. 여의도 집회에서 농민들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 개발 아젠다(DDA) 농업협상 및 쌀수입 개방 반대 ▲농업투자 계획 및 재원 확보 ▲농가부채 특별법 제정 등 10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송남수 전국농민연대 의장은 대회사에서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에 불 지르는격으로 농업을 포기하라고 한다"며 "농가 부채와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농산물값은 농민 목을 죄고 주소득원인 쌀마저 개방압력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속도로 진입로와 집회 현장에서 검문을 실시해 빈 병, 쇠 파이프, 죽창, 각목, LP 가스통 등 불법 시위 용품 2천여점을 압수했으나 이 과정에서 우려했던 충돌이나 가축 방사 등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가로 30m, 세로 25m 크기의 성조기 형태로 WTO 등문자가 새겨진 상징물을 불 태우는 의식을 가진 뒤 여의도 문화마당과 공덕동 로터리까지 각각 1.8㎞와 3.5km 구간을 2만여명씩 나뉘어 행진했다. 대학로에서 집회를 연 농민들은 깃발을 묶은 2m 길이의 죽봉 100여개를 집회 현장에 가지고 들어가려다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죽봉을 전부 압수했으나, 몸싸움 과정에서 전남 장흥 농민회소속 박모(35)씨가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여의도 일대에 67개 중대 7천여명 등 농민 시위에 대비해 121개 중대 1만6천여명의 경찰력을 도심 일대에 분산배치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서울역 앞에서 1천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 및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촉구하는 총력 투쟁 집회를 가졌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이 잇따라 분신, 자살로 내몰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손배,가압류, 비정규 차별에 대해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9일 열린 노동자 대회에서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단병호위원장 등 지도부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과 관련, "지도부를 구속할 경우 정권 심판 운동을 벌이겠다"고 반발했다.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노조원들은 대학로에서 집회를 마친 뒤 종묘 공원으로 이동, 농민 집회에 합류했다. 한편 이날 농민들을 태운 버스가 행사장 주변과 주차장인 상암경기장 등지로 몰린데다 차도로 행진이 이어지면서 여의도 일대와 대학로, 종로, 올림픽대로 청담대교∼한남대교 구간 일대 등에는 오후 내내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정성호 이율 안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