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농업을 볼모로 FTA(자유무역협정)라는 대세를 가로막을 수 있겠습니까.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한·칠레 FTA를 농업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 13일 농민단체 처음으로 '한·칠레 FTA 비준 촉구'성명을 발표했던 최준구 전국농민단체협의회장(72)은 "한·칠레 FTA는 한국의 10년 후 농업을 설계하는 전환기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최 회장은 "성명 발표 후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일부 비판과 협박까지 받았지만 농업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농민단체가 앞장서 어려운 결정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FTA이행 특별법 등 농촌 지원을 위한 4대 특별법이 한·칠레 FTA비준과 맞물려 있어 농민들이 결코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며 "UR(우루과이라운드) 때와는 달리 이제는 한국 농업도 개방의 충격을 어느 정도 완충할 만큼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FTA 비준 처리를 위한 '들러리'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번 결정은 농단협 소속 20개 농민단체장들이 임시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결의한 사항"이라며 "성명 발표는 정부조차 예상하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최 회장은 또 19일 농업개방 반대를 위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연 일부 농민단체의 과격한 움직임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투쟁으로 막을 수 있는 것과 막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며 "명분이 아닌 양보를 통한 반대 급부를 챙기는 실리 중심의 농민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어 "전경련 등 경제단체와의 산·농협동단을 구성해 농업의 산업화 규모화를 꾀하고 농산물 수출의 활로를 개척하는 데 농단협이 앞장서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농단협은 이날 '한·칠레 FTA비준 촉구 7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추가로 발표하고 국회의원들의 소신있는 판단을 거듭 촉구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