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3일 외화 밀반출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검찰의 공소시점에 부적절한 면이 있다고 판단, 논란이 일고 있다. 공소권 남용 논란은 변호인측이 지난 8월 최씨에 대한 결심 공판 무렵 뒤늦게제기하면서 법정공방으로 대두된 것으로, 핵심 주장은 옷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무죄가 확정되자 검찰이 묵혀둔 사건을 꺼내 분풀이용으로 최씨를 기소했다는 것. 옷로비 의혹사건은 최씨의 부인 이형자씨 자매가 자작극으로 의혹을 꾸며놓고서도 이씨 자매가 99년 8월 국회에서 위증했다는 혐의로 기소한 것으로, 검찰은 작년7월9일 이 사건의 무죄가 확정된 직후인 7월10일 최씨를 외환도피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변호인들은 또 검찰이 최씨에 대한 수사를 일찌감치 끝내고서도 기존에 기소돼재판을 받던 사건의 항소심 이후에야 최씨를 새로이 기소, 항소심에서 병합돼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했다는 점에서도 분풀이 기소임을 알 수 있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최씨에 대한 1차 사건은 최씨가 96년 6월부터 1년여 동안 수출서류를 위조, 수출금융 명목으로 1억8천여만달러를 대출받아 이중 1억6천여만달러를 해외로 빼돌린혐의를 받은 것으로 99년 1월 기소돼 작년 1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또 최씨가 작년 7월 새로이 기소된 2차 사건은 최씨가 97년 8월 면세지역인 영국령 케이만 군도에 가공의 역외펀드를 설립, 미화 1억달러를 유출한 뒤 이중 8천만달러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유용했다는 것이 주혐의다. 변호인들은 이 2차 사건은 1차 사건의 항소심 선고 훨씬 전인 2001년 7월께 수사가 끝났음에도 수사 마무리 1년여가 지난 작년 7월10일에, 그것도 옷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무죄확정일 다음날 기소한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반면, 검찰은 "분풀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면서 "최씨를 추가 수사할부분도 있었고 서울지검 특수1부가 각종 게이트 사건수사 등 업무가 많아 최씨에 대한 기소가 다소 늦춰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2차 사건 수사가 2001년 7월에 사실상 마무리됐음에도 1차사건 항소심 선고 이후 뒤늦게 공소를 제기한 것은 공소제기 시기면에서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있다"고 밝혀 사실상 변호인의 주장을 수용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것이 공소권 남용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기소시기에 다소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있더라도 2차 사건의 중대성 등에 비춰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차 사건이 1차 사건을 은폐하기 것인 만큼 1차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2차 사건 자체로도 중형이 예상되는 범죄인데다 검찰이 의도를 갖고 기소를 늦췄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재량권을 현저히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