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외국공관 100m 이내 집회금지' 위헌 결정 이후 광화문 일대 주요 장소에 대한 집회신고 과정에서 경찰이 기업이나 특정인에게 장소선점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11일 경찰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종로서측은 직접 구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지역에 `집회신고를 내달라'고 부탁하고 대리신고서를 작성했다. 종로구 의회 김모 의원은 지난 달 30일 종로경찰서로부터 `집회신고를 내달라'는 전화부탁을 받고 베트남 대사관이 있는 감사원 주변을 명시해 집회신고를 냈고경찰은 `집회 선점' 경쟁이 치열했던 그 날 김 의원을 대리해 집회신고서를 작성하고 서명까지 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당일 해질 때쯤 종로서에서 전화가 와 감사원 주변에 집회신고를 내달라고 하길래 회식중이어서 못간다고 대답하니 `신고서를 대신 작성해주겠다'며 다음 날 경찰서에 찾아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미 대사관 뒤편에 집회신고를 냈던 대림산업도 경찰의 도움으로 다른 단체들보다 늦게 도착하고도 집회 신고를 접수시켰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된다. 당시 종로경찰서는 헌재 판결 이후 집회신고 희망자가 몰리자 `같은 장소에 집회신고를 낼 경우 선신고자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원칙을 밝힌 뒤 정문 옆 민원실에서 방문증을 교부, 방문자 접수 시간을 근거로 도착 순서에 따라 신고를 할 수 있는사무실로 들여보냈다. 그러나 종로서측은 정문 옆 민원실에 방문접수도 하지 않고, 방문증도 없는 대림산업 관계자에 대해서는 집회신고를 받던 정보2계 내 다른 사무실로 데려가 별도집회신고를 받았다. 민주노동당 중부지구당 유병규 사무국장은 "정문에서 방문증을 받고 집회신고를위해 정보2계 사무실로 올라갔는데 경찰이 들어오더니 앞쪽에 양복입은 사람에게 `대림산업에서 왔으면 따라오라'고 하더니 데리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집회신고를 사무실 안에서 했다. 경찰이 그 사람을데리고 나간 뒤 형사에게 `미 대사관 쪽에 신고가 가능하냐'고 물으니까 모호하게 `힘들 것 같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경찰이 대림산업측에 발부한 집회신고서에는 대림산업이 경찰서에 도착한 오후 4시 10분보다 30분 가량 이른 오후 3시 40분에 이미 신고서를 접수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종로서 관계자는 "주민들이 집회와 시위로 인한 소음에 노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직원이 구의원에게 집회신고를 부탁했던 것은 사실이다. 대림 산업측도 방문자 접수를 담당하는 직원의 실수로 방문자 리스트에 누락돼 있고 신고서에도 시간이 앞당겨 기재돼 있지만, 특혜를 주거나, 일부러 먼저 접수시키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안 희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