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병을 앞세운 격렬한 시위가 9일 서울 도심 한복판인 종로에서 벌어졌다. 이날 시청앞 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2003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했던 노동자.학생들이 집회가 끝난 뒤 종로1가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중 경찰에 화염병 700여개를 던졌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지난 1998년 이후 민주노총이 주최한 집회에서 화염병 시위가 1건도 없었다"면서 "4대문 안에서 화염병 시위가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연세대와 고려대, 영등포역 등에서 산발적인 화염병 시위는 있었지만, 도심 4대문 안에서의 화염병 시위는 지난 1997년 5월30일 제5기 한총련 출범식 행사 이후 6년6개월만에 처음인 셈이다. 당시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은 경찰의 원천봉쇄로 출범식 행사가 무산되자 이틀간 밤늦도록 도로를 점거한 채 대학로와 을지로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경찰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도심 내에는 정부의 주요 시설과 미 대사관 등 주요 외국공관 등이 밀집해있어 경찰의 경비망이 삼엄한 점을 감안할 때 이날 화염병 시위는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노동자 대회 경비를 위해 미 대사관과 중앙정부청사 등을 중심으로 삼엄한 `3중 경비망'을 구축했다. 경찰은 집회에서 과격시위 우려 때문에 본 행사가 열린 시청 일대에 48개 중대, 미 대사관 주변 22개 중대, 종묘공원에서 시청 앞까지 행진로에 32개 중대를 동원하는 `인의 장막'을 쳤다. 이와 함께 세종로 입구와 미 대사관 앞에 전경차로 에워싸는 `전경차 바리케이드' 작전도 병행했던 것. 특히 이날 민주노총의 시청 앞 집회는 최근 `외교공관 100m 이내 집회금지 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에 따라 가능해진 것도 과격시위가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한편, 지난해 3월 HID북파공작원동지회 회원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LP가스통10여개에 불을 붙이고 격렬한 시위를 벌인데 이어 또 다시 `마지노선'인 도심에서 화염병 시위가 나왔다는 점에서 경찰의 경비 미비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