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행(민노총)의 '2003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했던 노동자들이 경찰과 정면 충돌, 화염병 7백여개를 투척하는 등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서울 대중집회에서 화염병이 등장한 것은 지난 2001년 3월 종묘공원에서 열린 공기업 매각 반대 집회이후 2년7개월만이다. 이날 노동자ㆍ학생들이 집회가 끝난 뒤 광화문 쪽으로 행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저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충돌이 격화됐다.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6시20분께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중 경찰저지선을 뚫기 위해 화염병 50여개 투척했다. 이날 국민은행 시청역 지점 앞에서 경찰과 50여m 거리를 두고 대치하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부위원장 김상록씨가 경찰의 방패에 머리를 맞은 뒤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는 등 수십명이 다치고 과격시위를 주동한 노동자 여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민노총 집회에는 노동자 학생 등 5만여명(경찰 추산 3만5천여명, 주최측 추산 6만여명)이 참가했다. 민노총은 이날 정부에 대해 이라크파병, 국민연금개정, 사용자(기업)의 노조대항권 강화 및 각종 경제개방정책 등을 포기하지 않으면 오는 12일 철도 지하철노조까지 가세한 총파업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초유의 노동계 동투(겨울투쟁)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단병호 위원장은 이날 "파업을 막으려는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 신청, 비정규직 차별로 인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최근 법무 행자 노동 3부장관의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파업으로 인한 기업손실에 대한 일부 사측(기업)의 지나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신청을 억제하기 위해 관련법령을 개정토록 하겠다"고 밝혀 노동계의 주장을 수렴할 것임을 분명히 했었다. 그러나 강경노동세력은 정부를 압박해서 조기에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이날 전국노동자대회를 대규모로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허성관 행정자치부장관은 9일 화염병이 등장한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관련자들을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허 장관은 "특히 화염병 제조와 운반 및 투척에 관계된 자는 끝까지 추적해 사법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