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이 학생들에게 문제와 씨름하게 하기보다는 갈수록 시간과의 싸움만을 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빨리 푸는 것만을 평가하려는 것인지 답답하다" 올해 수능 시험문제를 살펴본 한 고교 국어과 교사의 말이다. 올해 수능에서도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되자 '수능시간과 문제유형'을 놓고 일선학교와 재학생들, 일부 재수생들까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시행되는 수능은 대부분 단답형 지식을 요하기 보다는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많은데 사고력 측정보다는 '누가누가 빨리 푸나'를 중시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시 말해 얼마나 깊이 생각해 문제를 풀었나를 평가하기 보다는 대부분의 문제유형이 얼마만큼 문제를 빨리 읽고 빨리 답을 찾아내느냐여서, 재학생보다는 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또 이에 익숙한 재수생이 그만큼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의고사 성적이 350점대인 수험생 신모(18)군은 "이번 수능은 얼마나 빨리 푸느냐를 측정하는 것 같았다"며 "문제를 살펴보는 것보다 시계 보느라 정신이 더 없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수험생 이모(18)양은 "언어영역을 보면서 속독학원에라도 갈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며 "손도 못댄 문제들이 한 교시 마다 1~2문제씩 꼭꼭 나와 정말 속상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일선 고교 3학년 국어과 교사도 "수능을 잘못 치른 애들을 조사해보면 성적이 우수했던 애들도 대부분 문제가 어려웠다기 보다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물론 남들보다 빨리 푸는 것도 중요한 평가방법이긴 하지만 수능이 갈수록 그런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고 진학상담교사도 "울먹이고 애를 태우는 아이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문제를 시간이 없어서 못 푼 애들"이라며 "배점이 높은 고난이도 문제를 먼저 풀려다 쉬운 문제를 놓쳐 시험을 망쳤다면 평가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재수생들도 불만을 제기했다. 한 재수생은 "자살한 여고생도 아마 시간안에 몇문제 못풀고 낙심해서 그럴 것"이라며 "이번 수능은 어려운게 아니라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것으로 빨리 푸는 요령만을 요구하고 사고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제한시간도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 지역 한 고교 3학년 수학과 교사는 "제한된 시간내에 같은 문제를 놓고 실력을 겨룬다면 정답과 함께 그 정답을 누가 빨리 알아 내느냐도 평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우열을 가리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단순히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했던 학생은 사고력이 부족해 시간이 모자랐을 수도 있다"며 "출제위원들이 문제의 난이도를 조정하고 시험의 변별력을 조정하면서 제한시간과 문항 수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