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근골격계 질환이 전체 직업병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다. 하지만 매년 20% 내외의 증가 추세를 보이던 근골격계 질환은 지난 94년 33만2천건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근골격계 질환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었던 것은 노·사·정이 근로자들의 복지향상과 기업의 생산성 증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맞댄 결과라는 평가다. 아울러 이러한 예방의무가 법제화되지 않고 노·사·정 협력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실시되면서 사업장간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자발적 질환 예방에 중점=미국도 70년대까지는 단순히 급여 수준을 높여주는 것이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대체적 접근법이었다. 하지만 80년대부터는 작업장에 인간공학적 고려를 하지 못해 생긴 여러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노조차원에서는 84년 자동차 노조에서 근골격계 질환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측의 노력도 뒤따랐다. 산업안전보건청(OSHA)이 86년 '수동들기 작업'에서의 요통문제에 대한 가이드를 작성,작업장에 적용해본 것이 대표적 사례다. 90년에는 노·사·정 합의로 포드사에서 인간공학 프로그램을 시범 적용한 결과 포드사의 근골격계 질환 유발 위험을 96% 줄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후 미국은 근골격계 질환이 다발하는 업종을 대상으로 인간공학적 작업방법 등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산업안전보건청은 현재 가택간호(Nursing Home)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발표했고 야채 소매상,가금류 취급업종(Poultry Processing Industry)에 대한 시안을 마련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자율적인 근골격계 질환 예방시스템을 정착시켜 온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아직 사업주의 예방의무가 법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다. 주정부 차원에서도 예방의무를 법제화한 사례는 워싱턴과 캘리포니아 두 곳 뿐이며 나머지 주에서는 지침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법령의 타당성과 실효성의 근거가 부족한 때문이라고 한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3월 근골격계 질환 법률안을 폐지한 적도 있다. ◆보상 정도는 주별로 제각각=미국에는 근골격계 질환을 직업병으로 인정하는 통일된 기준은 없다. 대신 산업의학전문의나 인간공학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보상법도 주별로 제각각이다. 때문에 똑같은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들도 개개인이 어떤 보험에 가입하고 있고,어떤 주에 살고 있는가에 따라 보상 정도가 다르다. 대부분의 주에서 소득의 3분의 2 수준의 휴업급여가 지급되며 주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부양가족에 대한 급여와 사망급여,장례비용 등이 지급되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