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최근 준공한 신청사로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전망이 가장 좋은 10층 공간 대부분을 장군급 전용 휴게실과 식당으로 증축한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차관보급 이상 간부 사무실에 개인 화장실을 설치하고 평소 텅텅 비어있는육.해.공군 참모총장 집무실을 별도로 마련했으며, 재활용이 가능한 집기들을 대거새 것으로 교체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가 90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2000년 1월 착공한 신청사는 지하 3층, 지상10층으로 세워졌으며,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은 이달 3일부터 이 건물에서 집무를시작했다. 전기와 설비, 통신을 통합관제할 수 있고, 외부 일조량에 따라 실내 조도를 차별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신청사 1∼4층은 국방부가, 5∼9층에는 합동참모본부가 4일 현재 입주했다. 미군 기지 녹지공간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10층은 당초 옥상 용도로 준비됐으나 작년 12월 갑자기 설계가 변경되면서 8억4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돼 식당과휴게실로 만들어졌다. 10층 전체 202평 가운데 156평 공간에 대형 탁자와 의자, 소파, 64인치 대형 TV세트 등을 갖춘 이 시설들은 고층빌딩 스카이라운지 형태로 조성됐고, 국방부 장군급 간부 50여명만 사용할 수 있다. 조 장관은 3일 오전 간부들과 함께 이들 시설을 둘러보고 아무런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실도 개인 집무실 19평과 접견실 33평, 비서실 22평 등 73평으로 신축돼 지나치게 넓은 데다 기존 접견실 소파와 탁자는 충분히 재활용될 수 있는 데도 새 것으로 교체돼 `혈세'낭비 시비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육.해.공군 참모총장 집무실 및 연락관실은 한달 이용 횟수가 고작 5차례안팎인데도 그 규모는 138평에 달한다. 3성 장군 이상 간부들이 사용하는 사무실 13곳에는 모두 전용 화장실과 세면대를 갖춰놓고 있는 반면에 각 층에 마련된 남성용 화장실 2곳에는 각각 동시에 4명밖에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아 직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국방부 일각에서는 이번 신청사는 극소수 장군급 간부들의 편의 위주로 신축돼`위나라 병법가 오기(吳起)의 삶을 배우자'는 군 수뇌부의 평소 외침은 구호용에 불과했음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기 장군은 춘추전국 시대 때 말단 졸병들과 숙식을 함께 하다 종기로 고통받는 부하를 발견, 입으로 고름을 빨아준 일화 때문에 장교들 사이에 최고의 덕장으로꼽히는 인물이다. 국방부 수뇌부용 복지시설은 일당 900원 이하의 봉급을 받고 낙후된 내무반에서새우잠을 자며 엄동설한에 155마일 철책선을 지키는 병사들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초 장성급 휴게실과 식당을 지하 1층에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신청사 수용 인원이 예상보다 많아져 작년 말 10층에 별도 복지공간을 증축했으며 이들 시설은 다른 정부 부처에 비해 결코 호화로운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