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허술한 관리시스템을 비웃으며 `혈세'로 조성된 공기금을 뜯어낸 수출사기 기업들의 범죄행태가 드러나면서 양심적인 기업인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92년 7월 설립된 한국수출보험공사는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수출을 적극지원하기 위해 금융대출의 형태로 수출신용보증제도를 운영해왔으나 일부 기업이 제도를 악용, `공돈 빼먹기'에 급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업은 물건을 수출하는 상대 외국회사에 대한 신용평가 등 면밀한 검증체계가 없는 점을 악용하면서, 심지어 주관기관인 한국수출보험공사 직원들과 짜고 수출신용보증을 받은 경우까지 있었다. ▲쓰레기도 수출= 일부 수출상은 불량제품이나 수량이 적은 제품을 수출하면서 제대로된 제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민 뒤 수출보험공사로부터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받고 이를 근거로 은행으로부터 수출대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T사 대표 박모씨는 홍콩 업체와 짜고 여성용 액세서리를 수출하는 것처럼 가장,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실제로는 상품가치가 거의 없는 제품을 수출하고는 환어음을 은행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2차례에 걸쳐 54만여달러를 가로챘다. 또 S사 대표 조모씨는 중국 X사와 33만달러 상당의 섬유원단 37만여야드에 대해 수출계약을 맺고, 그 계약을 근거로 20만달러 수출신용보증을 받은 뒤 X사에 불량섬유원단 6만야드를 수출하고는 환어음 매각을 통해 19만9천여달러를 챙긴 것으로파악됐다. 문모(지명수배)씨는 중국 회사와 섬유원단 수출계약을 체결하고는 실제로 빈상자, 쓰레기 등을 수출했고, 최모(지명수배)씨는 중국 회사와 광택제 수출계약을 맺고 불량 왁스와 유리세척제 등을 수출한 뒤 각각 은행으로부터 수출대금을 챙겼다. ▲유령 수입사에 수출= H사 대표 이모씨 형제는 실존하지 않는 필리핀 소재 B사와 수출계약을 맺은 것처럼 서류를 꾸며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받는 수법으로 재작년 6월부터 올초까지 47차례에 걸쳐 2천만달러를 편취한 뒤 미국으로 달아났다. 검찰은 H사가 19개월여에 걸친 장기간 수출사기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수출보험공사 직원이 중소기업 수출지원 실적경쟁에 나서거나, 개인적 친분에 이끌려 수출신용보증서를 남발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또 S사 대표 박모씨는 자사의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수출에 대해서는 수출신용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되자 홍콩기업으로부터 수입자 명의를 빌려 자사 중국법인에 수출하고는 109만달러를 챙겼다. 이밖에 N사 대표 홍모씨는 미국소재 S사에 대한 70만달러의 수출신용보증을 받아 놓고는 수출보험공사의 신용평가를 받지 않은 브라질 회사에 넥타이 등을 판 뒤미국 S사에 판 것으로 꾸며 18만달러를 챙겼다. ▲수출가, 서류도 허위조작= F사 대표 안모씨는 브라질 기업에 정상 수출가격 9만800달러 어치의 12인치 CCTV모니터를 수출하면서 계약서 상에는 32만9천50달러 상당으로 허위 작성, 은행에서 수출대금을 받아갔다. 이와함께 M사 대표 윤모씨는 미국소재 회사에 가방 3만3천여달러 어치를 팔면서 9만8천여달러 상당을 판 것처럼 서류를 꾸몄던 것으로 조사됐다. H사 실운영자 이모씨는 30만달러의 수출신용보증을 받은 가운데 일본회사에 쇳가루 700만엔 상당을 수출한 것처럼 허위 선하증권을 작성한 뒤 은행에 선하증권 등 수출관련 서류를 제시, 수출대금을 타갔다. 지명수배된 또 다른 이모씨는 자신과의 거래계획이 없는 한 일본회사에게서 받은 수입신용장을 근거로 수출보험공사로부터 11억8천만원의 `선적전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시중은행으로부터 원자재 구입 명목으로 내국신용장을 발급받았다. 그후 이씨는 내국신용장과 허위로 작성한 물품수령증을 시중은행에 제출하고 11억7천900만원을 부당 대출받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