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항암 주사제 개발로 소세포 폐암과 난소암 치료에 전기가 마련됐다. 종근당(대표 김정우)종합연구소가 서울대 약대 및 서울대 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주요 병원과 10년 간의 공동 연구끝에 항암 주사제 "캄토벨"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부터 캄토벨을 소세포 폐암의 1차 치료제와 난소암의 2차 치료제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 캄토벨은 SK제약의 선플라(위암),동화약품의 밀리칸(간암)에 이어 국내 개발 항암제 신약 3호로 기록됐다. 캄토벨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무엇보다 항암제 부작용을 대폭 감소시켰다는 데 있다. 기존 항암제는 백혈구감소 빈혈 설사 구토 두통 등 부작용을 일으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캄토벨은 항암 효과는 뛰어나면서도 부작용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종근당은 캄토벨이 시판될 경우 연간 5백억원 규모에 이르는 국내 소세포 폐암과 난소암 항암제 시장의 60%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캄토벨은 보험약가 산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캄토벨에 대해 알아본다. ◆캄토벨이란=캄토벨은 중국이 원산지인 희수나무에서 얻은 천연물인 캄토테신을 원료로 하는 캄토테신계 항암제다. 캄토테신은 암세포에 많은 효소인 토포아이소머라제(Topoisomerase)-1을 억제해 강력한 항암작용을 한다. 캄토벨은 캄토테신과 종근당을 상징하는 벨을 합성한 것이다. ◆치료 효과는 뛰어나면서 부작용은 적다=캄토벨에 의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부작용이 기존 항암제에 비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이다. 기존 캄토테신계 항암제에서 나타나는 혈액학적 부작용(백혈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빈혈),소화기계 부작용(설사 구토),전신 부작용(피로 무력감),중추신경계 부작용(두통 어지러움) 등이 거의 없다. 캄토벨은 지난 1999년부터 1년 동안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제1상 임상시험을 했으며 2000년 6월부터 난소암과 소세포 폐암에 대해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등 6개 병원에서 제2상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임상시험 결과 캄토벨은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판명됐다. 재발성 난소암과 소세포폐암에 캄토벨을 단독으로 사용할 때 각각 45%의 반응률(종양의 크기를 50%이상 감소시키는 비율)을 나타냈다. 기존 항암제의 반응률보다 최고 세배 가량 높은 수치다. 난소암은 여성 생식기의 악성 종양 가운데 치료를 기대하기가 어렵고 생존율도 낮은 질병이다. 여성암 발생률로 보면 난소암은 8위지만 암 사망자의 47% 이상이 난소암 환자다. 난소암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진단과정 또한 복잡하다. 이 때문에 난소암으로 판명됐을 때는 이미 수술로 치료할 수 없을 정도일 경우가 많다. 또 재발률이 매우 높고 재발하면 기존 약물의 치료효과도 떨어진다. 폐암은 암 사망률 1위인 병이다. 폐암 역시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감기로 오인해 조기진단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 이런 이유로 수술이 가능한 초기에 폐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20∼25%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폐암으로 진단이 내려진 환자의 3분의 2가 수술이 어려운 3기 이상이며 3기 환자는 5년간 생존할 확률이 10%에도 못미친다. 폐암은 크게 분류하면 비소세포암과 소세포암으로 나뉜다. 소세포암은 전체 폐암의 15∼20%를 차지하지만 암세포가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뇌 림프절 간장 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가 잘 된다. ◆선진국서도 인정=종근당은 캄토벨에 대해 지난 98년 국내에 특허등록한 데 이어 일본 미국 캐나다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세계 15개국에도 특허를 획득했다. 또 1998년 3월과 1999년 4월에 미국암학회(AACR)에서 캄토벨의 항암효과를 소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2000년 3월에는 미국에서 제1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올 6월에는 미국 임상암학회(ASCO)에 난소암에 대한 제2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종근당은 지난 2000년 미국 생명공학회사인 알자(ALZA)에 총 3천만달러의 기술 이전료와 상품화 때 매출액의 5%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으로 관련 기술을 수출했다. 알자는 현재 캄토벨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전임상 결과 캄토벨의 30분의 1 용량으로도 동일한 항암 효과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의 연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종근당 김정우 사장은 "세계 항암제 시장은 연간 2백억 달러 규모에 이르고 있으며 이 가운데 캄토테신계 항암제로는 일본 다이치의 이리노테칸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토포테칸 등 2개 제품이 연간 10억달러규모로 팔리고 있다"며 "캄토벨 수출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