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를 임의동행해 조사를 벌였으나 '확실한 물증이 없다'며 돌려보낸 뒤 뒤늦게 지명수배한 사실이 확인됐다. 22일 경기도 용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7시 10분께 용인시 양지면 권모(60.건물임대업)씨 집 거실에서 권씨가 둔기에 맞아 숨져 있는 것을 강모(46)씨가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강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권씨가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아 열쇠수리공을 불러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참혹한 모습으로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권씨는 머리 왼쪽 부분이 함몰됐으며 얼굴과 손에 살인범이 휘두른칼을 막으려다 생긴 방어흔이 있었다. 경찰은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권씨가 잔인하게 살해되고 범인이 주방용 세제를욕조에 풀어 골프채와 범행에 사용한 흉기, 장갑 등을 씻은 점 등으로 미뤄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권씨의 일기장에서 '내가 왜 이 남자를 끌어들여 고생인지 모르겠다'는등 황모(35.무직)씨라고 알려진 남자와 동성애 관계였다 최근 갈등을 빚고 있었던사실을 밝혀내고 지난 8일 서울의 게이바 주변에서 황씨를 임의동행해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황씨가 범행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물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이틀뒤인 10일 '경찰서앞 모텔에서 자고 내일 경찰서로 오라'며 황씨를 내보냈으나 황씨는 그대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경찰은 황씨로부터 확보해놓고 있던 열쇠가 서울역 물품보관함 열쇠라는것을 뒤늦게 알고 보관함에서 권씨의 신용카드 3장과 98만원짜리 금팔찌 보증서 1장을 발견, 지난 12일 황씨를 살인용의자로 지명수배했다. 경찰은 현재 황씨의 연고지와 동성애자 전용 유흥업소가 많은 울산과 부산 등지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형사대를 급파, 황씨를 찾고 있다. 용인서 관계자는 "심증은 충분히 있었으나 확실한 물증도 없이 신병을 구속했다인권문제에 휘말릴 우려가 있어 긴급체포를 할 수 없었다"며 "황씨의 신원과 물증이확보된 만큼, 검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