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등으로부터 20여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학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비리를 폭로한 여성에게 민주당(전 국민회의)이 약정금과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3부(재판장 이원규 부장판사)는 최근 백모(45.여) 씨가민주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3억원의 약정금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국민회의를 승계한 민주당은 백 씨에게 약정금 1억원 중 미지급금 2천만원과 위자료 1천만원 등 3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법원은 백 씨의 아들 김모(24) 씨에게도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해 10월 백 씨가 소송을 제기한 뒤 당 차원의 폭로 지시 여부를 놓고 여야가 논란을 벌인 데 대해 법원이 정치적 개입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풀이돼 고발자 보호와 정치 도의 문제를 놓고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국민회의가 민원실장 오모 씨와 백 씨 사이에 1억원 지급 약정이 있었다는 점을 알고도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당 차원에서 해결을 모색한 점에 비춰볼때 오 씨의 지급 약정사항을 받아들여 이를 추인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민원실장 등이 '제보를 해 준다면 언론에 신변을 노출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서도 지키지 않아 백 씨 등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점이 인정되는 만큼 사용자인 국민회의는 손해배상 의무를 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백 씨 등도 장 씨의 비리를 공익적인 차원에서 순수한 정의감으로 제보한 게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정치 단체로부터 대가를 받기로 약속하고 정보를 제공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위자료는 1천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소송은 "당직자의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사용자인 국민회의가 부담하는 것인 만큼 김 전 대통령이 당 총재였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적인 이행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장 씨 동거녀의 남동생과 결혼했다 헤어진 백 씨는 지난 96년 3월 오 씨로부터1억원을 받기로 하고 장 씨의 부정축재 사실을 국민회의에 제보한 뒤 기자회견을 가졌고 장 씨는 검찰 수사로 비리 혐의가 드러나 징역 4년 선고 후 복역하다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백 씨 등은 신분 노출을 꺼렸지만 국민회의 당원들이 '이대로라면 보상도 받지못하고 청와대에서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강요해 비리 폭로 후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국민회의가 생계 및 신변 보장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지난 해 10월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민주당의 항소로 현재 서울고법에 계류돼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