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 중 으뜸으로 치는 백합(대합)이 사라지고 있다. 21일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한때 수산물 수출품목 가운데 1위를 차지해 `황금조개'로 불리던 백합이 대규모 간척사업과 환경오염 등으로 서해갯벌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백합은 바다로 흐르는 큰 강 하구 주변의 깨끗하고 고운 모래펄에 서식하며 지방 성분이 적은 반면에 단백질과 칼슘.인.철 등 무기질, 비타민 B2가 풍부해 어린이의 성장 발육, 성인병과 노화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 수산 식품이다. 이 조개는 지난 63년 연간 생산량이 1천215t에 이르렀으며 68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식이 시작되면서 71년에는 무려 8천521t을 채취해 절정에 달했다. 74년에 생산한 백합은 5천423t 전량이 일본으로 수출돼 400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여 당시 수산물 수출에서 단일품목으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75년 어민들이 종패를 너무 많이 뿌린 데다 서식환경이 오염되면서 전북지역 양식장의 백합이 대량 폐사, 쇠퇴기에 접어 들었다. 특히 대규모 간척사업은 백합 양식에 치명타가 됐다. 71년 이후 경기-전남에 이르는 서해안에서는 모두 11만864㏊가 간척됐으며 이중 전북연안 갯벌의 64.7%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사라져 갔다. 간척사업이 활발해지면서 백합 양식장은 74년 6천㏊에서 2001년에는 150㏊로 크게 줄었으며 생산량 역시 연간 55t으로 격감했다. 서해수산연구소 군산분소 관계자는 "고급 수산자원인 백합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며 "백합 양식을 되살리기 위해 환경생태학적, 생리학적 연구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군산분소는 이를 위해 오는 24일 군산대에서 `서해안 갯벌 백합 되살리기 심포지엄'을 개최, 백합 양식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산.학.연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군산=연합뉴스) 전성옥 기자 sungok@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