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21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3천만달러와 200억원을 두 차례에 걸쳐 전달했다"며 "이는 권 전 고문이 2000년 4.13 총선자금이 필요하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날 서울지법 형사3단독 황한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현대비자금' 사건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2000년 1월말 권 전 고문이 부른다는 김영완씨의 말을 듣고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과 함께 S호텔에 갔더니 권 전 고문이 `총선이 얼마남지 않았다'며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권 전 고문이 `대북사업이 잘 되도록 도와주겠다' '민주당이 잘돼야 대북사업도 잘되지 않겠느냐'며 자세한 이야기는 `김영완씨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며 "김씨가 정 회장과 둘만 남은 자리에서 3천만달러를 요구했고 나중에 이를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이어 "김영완씨가 며칠후 계좌번호가 적힌 봉투를 전해와 이를 정 회장에게 건네줬다"며 "그러나 당시에는 자금규모나 조성경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3천만달러 규모는 나중에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2000년 2월말에도 권 전 고문을 만났는데, 권 전 고문이 `총선자금이 모자란다' `조금만 더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며 "당시 정 회장이 돈을 준비시킬테니까 김영완씨와 전모씨를 연결시켜 주라고 해서 지시대로 따랐다"고 말했다. 앞서 증인으로 나온 김영완씨의 운전사 김모씨는 "김씨가 권 전 고문집을 일주일에 몇 차례나 방문하고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들은 적이 있다"며 둘 사이가 절친하다는 취지로 말하자, 권 전 고문은 "김씨와 나이차가 24살이다. 우리집을 찾아오고 골프를 치긴 했지만 `형님'이라 부를 만큼 절친한 사이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김씨의 가정부였던 우모씨는 "함께 일하던 파출부가 김씨 방을 청소하던 도중 간혹 100만원짜리 수표나 만원권 돈다발이 서랍이나 화장대에 굴러다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김씨 부인으로부터 권 전 고문 부인과 미술전람회에 함께 다녀오고 골프채를 선물했다는 취지의 말을 듣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채택됐던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김영완씨, 김씨 변호인 이용성 변호사, 정몽헌 회장의 변호인 조준형 변호사는 불참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