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金雲龍)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아들 김정훈(미국명 존 김.42) 씨는 17일(현지시간) 자신을 미국으로 송환키로 한 불가리아 법원의 결정은 부당하다며 법적 자구 노력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30분간에 걸쳐 한 국제전화 통화에서 미국 법무부 검사가 근거없는 혐의를 씌워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미국 검찰이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번 사건은 본질적으로 비리 수사의 성과를 노린 미국 검찰측의 무리에서 비롯했으며 한미 관계와는 하등의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터뷰 내내무고함을 거듭 강조하고 개인적으로 적지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신경쇠약과 고혈압에 시달리고 있다는데? =좋은 상태는 아니다.이곳엔 수도나 화장실도 없고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고있다.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송환 결정이 내려져 실망이 클텐데?. =이번 판결은 우선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지난 29년의 불가리아-미국 사법공조협정은 지난 1951년에 폐기됐는데 이를 적용했다. 92년 이 나라의 헌법재판소에서도협정은 무효라는 해석이 있었다. 담당판사는 법적 근거를 밝히는 판결문도 내지 않았다. 불가리아 정부측은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 ---인터폴의 수배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는가? = 지난 99년 미국을 떠난 이후 캐나다, 홍콩, 중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스위스 등지를 다녔어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 경범죄 정도의 수배자 리스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가리아에 와서야 이것이 문제가 됐다. ---송환결정에 항소한 걸로 아는데? = 2심이 마지막이다. 선임 변호사들을 통해 1심 판결의 법률적 허점을 계속 문제삼을 생각이다. 지난 10일 유럽인권재판소(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소재)측과 접촉한결과, 협정은 무효인 것으로 해석되며 아무리 협정이 존재한다고 해도 거듭된 보석신청을 무시한 것은 옳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간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았는가? = 한국 대사관의 보증으로 보석 신청을 13번이나 냈지만 번번이 기각됐다. 마약사범이나 테러범, 무기 밀매범도 아닌데도 말이다.미국 대사가 불가리아 교도소에와서 나에 대한 진료를 문제삼기도 했다. ---최악의 경우 미국으로 송환되면 어떻게 하겠는가? = 내가 유죄 선고를 받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동계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다는 톰 웰치와 데이브 존슨 두사람은 실형 선고를 받기 어렵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 만큼 검찰측의 요구대로 증언에 응할 생각은 없다. ---서류 위조와 위증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 영주권은 정상적으로 취득한 것이고 위조한 적이 없다. 정상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었는데 다른 비리 관련자인 데이비드 시몬스의 말만을 근거로 영주권 사기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FBI(연방수사국)에는 단순한 참고인 자격으로 진술했을 뿐인데이것을 비비틀어 위증 혐의를 걸어버렸다. ---미국 검찰이 원하는 것은 무엇으로 보는가? = 저들이 원하는 건 솔트 레이크 동계올림픽 비리를 파해치는 과정에서 외국인도 수사했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기소된 사람들에 대한 유죄판결을 이끌어내자는 것이다.나는 미국내에 거주하던 유일한 IOC 위원의 가족이어서 재수없이 걸린 셈이다.이런 측면에서 AFP통신 기자에게 `나는 정치적 인질'이라고 말한 것이다. ---미국 검찰이 억지를 부린다고 보는가? =지난 99년 8월 미국 영주권을 포기했는데도 불법 취득한 영주권으로 미국을 드나들었다며 출입시마다 5년씩을 때려 무려 165년형을 구형하겠다고 위협한다. ---한미간의 문제가 될 소지는 없는가? =전적으로 나와 미국 법무부 소속 검사 사이의 문제다. 미국 정부와는 상관이없는 일이다. 그럴만한 사안도 아니다.이번 사건의 실상은 비약해 있다. ---미국에 가서 정면으로 부딪치는 편이 낫지 않을까? = 미국에서 법정 투쟁으로 가면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50만불을 내야 하는 것이기본이다. 그리고 소송이 끝나려면 적어도 4-5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불가리아에서근 6개월 갇혀 있고 미국에 가면 또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개인적인 피해가 크다. ---부친의 비리나 구설수를 어떻게 보는가? =99년 IOC 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비리 조사에서 아버지는 거명만 됐지, 결국 엄중 경고에 그쳤을 뿐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빚어진 잡음도 언론 보도를 통해 결국 말들이 와전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는 다 끝난 얘기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