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도 힘들고 가족들이 나를 무시해 차라리 교도소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생활고와 가족들의 무관심에 비관, 교도소에 가려고 강도를 저지른 뒤 자신을신고한 5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A(54.노동)씨는 일감을 구하기도 힘든 요즘 하루하루 어렵사리 생활비를 벌어 부인에게 주었으나 부인은 남편이 준 돈을 종교단체에 몽땅 헌금했다. A씨는 부인이 10여 년 전부터 가정 살림을 내팽개치고 종교생활에 열중하는 것이 못마땅해 수없이 부부싸움을 하기도 했지만 부인은 끝내 마음을 고쳐먹지 않고 가산을 탕진했다. A씨 가족은 점점 생활형편이 어려워졌고 설상가상으로 2주일전 군대에서 제대한 A씨의 아들마저 어머니를 따라 종교단체에 빠져 A씨를 등한시했다. 이러한 환경을 비관한 A씨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려고 했으나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오히려 부인은 "자살도 못 하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A씨는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교도소에 가는 게 낫다는 심정에 지난 15일 오후 9시 서울 송파구 스포츠 의류 매장에 들어가 물건을 사는 척하면서 여종업원을 흉기로 위협했다. 놀란 여종업원은 A씨를 뿌리치면서 도망쳤다. 하지만 A씨는 매장 계산대에 늠름하게 앉아 "강도짓을 했으니 잡아가라"며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16일 "A씨가 범행을 자백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데다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며 "정상이 참작돼 A씨가 `뜻'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