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주변에서 '괴담'처럼 떠돌았던 새벽 귀갓길 여성 상대 강도 사건의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4일 새벽 귀갓길 여성들을 흉기로 때린 뒤 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강도살인)로 김모(32.봉제공)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7월 29일 새벽 4시께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주택가에서 귀가하던 안모(26.여)씨를 흉기로 때린 뒤 현금 14만원을 빼앗아 달아나는 등 지금까지 신촌과 연희동 일대에서 새벽에 귀가하는 20~40대 여성 8명에게 일명 '퍽치기' 수법으로 모두 90여만원을 강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 가운데에는 지난달 14일 새벽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인 부산을 찾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홍대 주변에서 김씨에게 퍽치기를 당해 사흘 뒤 숨진 홍익대 판화과 학생 한모(23.여)씨도 포함돼 있다. 한씨 사건 이후 홍대와 인근 미술학원 등에는 `홍대 미대 여학생 여러 명이 학교 주변에서 강도에게 두들겨 맞아 죽거나 다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는 괴담이 나돌기도 했다. 경찰은 한씨 사건 이후 서대문경찰서 관할인 인근 연희동 일대에서 비슷한 수법의 퍽치기 사건이 수 차례 발생한 사실을 파악한 뒤 이들 범죄를 분석해 '비오는 심야 시간 여성들을 상대로 한 범행'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냈다. 또 한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최종적으로 포착된 지점이 동교동 로터리 인근이라는 점을 파악, 이 일대를 주요 수사 지역으로 삼았다. 경찰은 이에 따라 5개 강력반 30여명을 투입, 이 일대에서 매일 밤 잠복근무를 해오다가 지난 13일 오전 4시40분께 연희동 길가에서 30대 여성을 상대로 퍽치기를 하려던 김씨를 발견, 추적 끝에 검거했다. 경찰은 그동안 범인이 혼자 사는 남성일 것으로 추정하는 한편 수법이 영화 '살인의 추억'이나 '와일드 카드'에 등장하는 범죄와 유사하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에 따라 복덕방과 중국음식점, 비디오대여점 등의 협조를 얻어 혼자 살면서 두 영화의 비디오테이프를 빌려간 남성 300여명과 낮에 혼자 자장면을 시켜먹는 남성 200명에 대해 탐문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범인 김씨는 실제 이 영화를 본 일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에서 "동대문에서 7년째 의류봉제 사업을 했으나 부도가 나면서 2억5천여만원의 빚을 지게 됐고 지난 2월부터는 빚 독촉을 피해 아내 및 두 아들과 도떨어져 혼자 살면서 범행을 결심하게 됐다"면서 "인적이 드물고 소리가 잘 나지 않아 비오는 새벽 시간대를 이용해 범행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구치소 수감 시 동료 수감자로부터 퍽치기 수법을 배운 뒤 청계천의 한 철공소에서 길이 53㎝, 무게 2.5㎏의 쇠몽둥이를 주문 제작해 범죄에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에게 당한 피해자들 중에는 한씨를 비롯, 연세대 대학원생과 이화여대생, 방송국 리포터, 미용업자, 요식업자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은 모두 이 쇠몽둥이에 맞아 중상을 입었고 일부는 지금도 입원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