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주체화, 민족공조가 안고 있는 `비동시성'의 철학과 남의 세계화, 국제공조가 안고 있는 `동시성'의 철학은 서로 만나거나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10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한국철학회(회장 엄정식 교수) 주최로 열린 `한국철학자대회 2003-탈민족주의 시대의 민족담론'에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59) 교수가 남북의 화해 가능성에 대해 던진 화두다. 송 교수는 이날 `분단의 체험공간과 통일의 기대 지평'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문을 통해 이 같이 문제를 제기한 뒤 `동시성과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알듯 모를듯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가 남한에서 가진 첫 학술발표의 메시지답게 아카데믹한 분위기가 넘쳐난 것이다. 송 교수는 "(동시성과 비동시성의) 상호관계를 열린 태도로 바라볼 때 민족통일이라는 우리 시대 담론의 핵심이 `동시성과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새로운 긴장,즉 생산적인 긴장에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동시성과 비동시성을 단순하게 화해시키는 것도 아니고 또 두 범주가 서로 배척해 존립 근거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며 "메를로 퐁티가 말하는것처럼 서로 섞여 생산하는 역사, 상징 또는 진리로서 `합성적 환경'일 수도 있고,다투면서 화합하고 화합하면서 다투는 `화쟁(和爭)'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어 "민족통일은 그래서 소멸시키고 싶으나 결코 소멸되지 않는 `자기 안의 타자'와의 끊임 없는 긴장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발표에 앞서 송 교수는 "이번에 37년 만에 고국을 찾은 직접적 계기 중 하나가이 토론회에 참석해 철학도로서 동업자들 앞에서 그간 고민해 온 이야기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었다"며 "너무 경황이 없다 보니 내가 쓴 글을 내가 봐도 잘 모르겠지만생각을 간단히 소개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외국에 오래 머물다 보니 사투리의 생명력에 묘한 애정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사투리가 갖는 천박성에 거리감을 느껴왔다"며 "몸으로 느끼는 체험공간은 비록 독일이었지만 뭔가 채울 수 없는 공백이 있어 어떤 긴장속에 살아왔다"고 해외생활을 소회를 피력했다. 한편 토론회가 끝난 뒤 송 교수는 기자들과 만나 "정말 서울에 온 것 같다"며 "선후배, 동료들과 철학적 주제로 열띤 시간을 가졌지만 시간이 짧았다. 이런 기회가종종 와야 된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손해를 감수하고도 남한에서 공부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런 기회가있을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