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잃어버린 지갑이 남한의 주인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온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대북 식량인도 대표단 일원으로 지난 8월 중순 방북한 K대 김모(47) 교수는 남포시에서 활동하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다. 그의 지갑에는 미화 500달러와 100 유로,은행신용카드, 운전면허증 등이 들어있었다. 이 금액은 공식환율로 북한 근로자들의 4년치 월급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김 교수는 같은 방을 쓴 통일교육원 백옥동 교수부장과 고민 끝에 북측 인수단대표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북측 대표는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면서 호텔 종업원과관계 직원들에게 지갑을 찾도록 지시했으니 안심하라고 김 교수를 위로했다. 북측 관계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여 체류기간 끝내 지갑을 찾지 못한 김 교수 일행은 일정을 마치고 귀환했다. 그러나 지갑은 김 교수가 남한에 돌아온 지 3일만에 온전한 상태로 전해졌다. 북측 관계자들은 김 교수가 떠난 다음에도 지갑 찾기를 계속했고, 결국 호텔의 침실과 벽 사이의 구석 틈에서 찾아내 전달한 것이다. 수매양정성에 근무하는 북측 대표는 지갑 속의 달러화 일련번호와 내용물의 이름을 꼼꼼히 기록한 '습득내역서'와 함께 본인에게 전해달라며 우리측 식량인도 요원에게 전달했다. 이같은 사실은 방을 함께 쓴 백옥동 교수부장이 한겨레신문에 투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백 교수부장은 "남북관계 정상화 과정은 점이 모아져 선이 되고, 선이 합쳐져 면으로 되듯이 지갑 사건은 점들이 모아져 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