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망친 악마에게 빼앗긴 행복을 되찾겠다며 여중생을 납치해 키우려 했던 30대 회사원이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정신분열증에대한 치료감호 처분을 받았다.

A(35)씨는 국내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뒤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중이던 96년 어느날 TV를 보다 뉴스 앵커가 자신을 비난하며 상스런 욕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변 사람들의 비난도 들려왔고 한인교회 목사도 설교 시간에 심한 욕설을 하며자신을 비난한다고 느꼈다.

`망상과 환청'이 계속되자 A씨는 자신의 삶을 조종하는 '초월적 존재'가 있다고믿었다.

유학을 포기한 뒤 주유소 주유원, 국립공원 직원 등으로 떠돌았지만 '초월적 존재'의 괴롭힘은 계속됐다.
실탄사격장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실패했다.

2000년 6월 들어간 번역회사에는 옛 여자친구와 같은 이름의 여직원이 있었고대학교 은사의 벤처회사가 같은 건물 별관에 입주하는 등 '초월적 존재'의 개입은계속됐다.
혼자만 알고 혼자만 믿는 일들이었다.

A씨는 여자아이를 데려다 키워 성관계를 가지고 살면 악마에게 빼앗긴 행복을되찾을 수 있으며 정상적인 연애는 어렵다고 생각하게 됐다.

2000년 후반부터 여자아이들이 잘 다니는 장소, 적절한 연령대, 실행에 예상되는 위험, 검거를 피하기 위한 수단 등을 치밀하게 계획하며 인터넷 쇼핑몰에서 수갑을 샀고 납치에 적당한 학교 근처에 방 2개짜리 집도 얻었다.

지난 4월12일 토요일 오후1시30분.

서울 영등포구 모 중학교 앞에서 귀가하던 B(12)양을 "짐 좀 들어달라"며 유인, 집에 들어가 수갑을 채우고 비닐랩으로 입을 막고 못과 자물쇠로 문을 잠근 뒤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려 했지만 추행에 그쳤다.

이틀 뒤 A씨가 출근한 틈을 타 탈출한 B양의 신고로 A씨는 경찰에 검거됐다.

지난 7월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이대경 부장판사)에서 징역3년에 치료감호 처분을 받은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며 항소했지만 서울고법 형사2부(전수안 부장판사)도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9일 "피고인은 초월적 존재의 괴롭힘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겠다며 치밀히 계획해 연약하고 저항할 수 없는 여자아이에게 엽기적인 범행을 해 처벌이 불가피하며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가 없으면 재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법정에서 차분하게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며 내 삶에 개입하는 초월적 존재가 있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그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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