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7주년 한글날(9일)을 앞두고 한글로 작성된 호적 문서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백두현 교수는 이 대학 도서관(관장 서종문 교수) 고서실에 소장된 한글 노비 호적 문서를 발굴해 이날 연합뉴스에 공개했다. 이 한글 호적 문서는 한 장의 닥종이(세로 28.2cm, 가로 100.5cm)에 작성된 것으로 황해도 백천군에 살았던 3개 노비 호(戶)의 가계(家系)와 등재 인물의 신분정보를 담고 있다. 이중 1개 노비 호는 강희(康熙) 5년(1666)에 작성된 반면 다른 2개 노비 호의호적은 강희 29년(1690)에 작성됐다. 백 교수는 따라서 이 문서를 작성한 하한 연도는 1690년이 된다고 말했다. 이 문서는 상주황씨 집안에서 나온 13장의 교지 등 관문서 속에 포함돼 있던 것으로 17세기에 황해도에 거주했던 3개 호의 한글 노비 호적이다. 노비를 소유한 주인은 충청도 문의에 살았던 상주황씨 황이환(黃以煥)으로 되어 있으며 내용 분석결과 이 고문서는 황이환의 아들 황징(黃徵)이 작성해 그의 부인인 전주이씨에게 보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백 교수는 덧붙였다. 이 자료가 갖는 가치에 대해 백 교수는 우선 "이 방면 자료로서는 최초로서, 17세기 한글 노비 호적이라는 것만으로도 매우 특이한 자료일뿐 아니라 18, 19세기에 걸쳐서도 한글로 표기된 호적 문서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노비 호적대장을 작성한 목적에 대해 백 교수는 "노비의 소유주가 자기 나름대로 노비의 계보를 명확하게 문서화해 두고, 이것을 그의 자손들에게 물려 줌으로써 노비의 소유와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백 교수는 이 고문서에는 관인(官印) 혹은 지방관의 서명(署名) 등 공공적 차원에서 작성된 흔적이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음을 그 증거로 들었다. 한국고문서 전공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고문서실 안승준 박사는 "이 문서가 작성된 강희 5년은 조선왕조 처음으로 전국에 걸친 호구 조사가 실시된 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때 작성된 공문서에 대한 일종의 한글 번역본 사문서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안 박사는 "따라서 이 고문서는 부인이 집안 노비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특별히 한글로 작성해서 부인에게 전해준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이런 자료는 처음이라는 점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