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을 비롯한 주위의 도움에 정말 감사드려요.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나야 할텐데..." 경기 도중 당한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비운의 사이클 선수 제상정(21.여.부산도시가스)을 돕기 위한 사이클계의 온정이 모아지고 있다. 전국 실업팀 감독들은 지난 8월 열린 8.15경축 전국실업사이클대회를 통해 참가선수와 코치 등 사이클 관계자로부터 답지한 성금을 전달했고, 대한사이클연맹도 통장입금과 함께 전국체전이 열리는 각 경기장에 모금함을 설치해 제 선수를 도와줄계획이다. 제상정은 지난 6월26일 열린 제4회인천광역시장배 강화일주전국도로사이클대회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선도차량과 부딪혀 넘어지는 바람에 척추를 다쳐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결승선 앞 300m 지점에서 빠져줘야 할 경찰 선도차량이 250m 앞까지 간 뒤막판 스퍼트에 나선 선수들을 피하다가 생긴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경찰 차량뿐 아니라 경기 진행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심판 및 경비요원들의 미숙한 운영도 여기에 한몫 거든 셈이었다. 제상정은 "훈련할 때는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주의를 기울이지만, 시합에서는당연히 안전이 보장돼 있을 줄 알고 조심하지 못했다"며 두고두고 안타까워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단거리 육상선수로 활약하다 사이클로 종목을 바꾸고나서 순식간에 유망주 대열에 올랐던 제상정은 이번 사고로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것은 물론다시 일어서는 일조차 힘든 처지가 됐다. 하지만 제상정은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휠체어 테니스나 휠체어 탁구 등이 재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아직은 휠체어를 가누기도 힘들지만 취미로라도 한번 해보고 싶다"며 운동을 계속할 의지를 내비쳤다. 어머니 고기순(46)씨도 "10년이 넘게 운동한다고 힘들었는데도 아직 체육쪽에미련이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제상정이 운동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팀 코치의 끈질긴권유를 어머니가 마침내 승낙하면서부터였다. 당시 바다에서 사고로 남편을 여읜 고씨는 "형편이 어려워 언니들을 대학에 못보낸 게 아쉬웠는데 운동을 하면 진학하기 쉬울 것 같아 허락했다"고 말했다. 제상정은 그러나 막상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돈을 벌어 남동생(중학교 1학년)학비에 보태야 한다"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사이클 실업팀에 입단했다. 똑같이 육상을 하다 사이클로 바꾼 뒤 국가대표까지 오른 팀 선배 심정화, 구현진 등의 전례에서 용기를 얻은 데다, 지도자 자리가 보장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소속팀 예권해 감독은 "2000년 전국체전에서 뛰는 것을 보고 체력이 좋은 선수라고 판단해 사이클로 전향할 것을 권유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제상정은 사이클을 탄 지 1년 반 만에 참가한 지난해 전국체전 500m개인독주와단체스프린트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빠른 성장세를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예감독은 "올해부터가 선수로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시기인데.."라고 말을 맺지 못하며 안타까워했다. 가족들도 식사 시간을 빼고는 하루종일 재활치료에 매달리고 있는 제상정이 역경을 떨치고 예전의 밝은 웃음을 되찾아 "주위의 고마운 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좋은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본인의 말을 실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