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여학생들은 졸업을 앞두고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린다. 지방대생이라는 이유로 대기업 등의 채용 인터뷰에서 '반쪽 대졸자'로 대접받고 여자에게 적용되는 '무형의 감점'도 감수해야 한다. 인터뷰에 낙방하면 주변에서 "시집이나 가라"는 성화까지 받는다. 안동대 행정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우은주씨(21)는 삼중고를 겪는 지방대 예비 여자 졸업생들에겐 부러운 존재다. 대부분이 취직을 하려고 악전고투 중인 마당에 일자리 두 개를 꿰찼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는 3학년인 지난해 경기도 9급 공무원 일반행정직에 붙은데 이어 지난 9월에는 서울시 9급직에 최연소 합격했다. 친척들이 살고 있는 서울로 마음을 굳힌 상태. 우씨는 "지방대 출신 여성에게 공무원은 '공평한 직업'"이라고 추천했다. '명문대가 아니면 집 근처에서 학교를 다녀라'라는 집안 어른들의 '엄한 충고'에 따라 2000년 안동대 행정학과에 들어간 우씨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취업난으로 졸업 후에도 직장을 못 찾는 선배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불안함을 느꼈다. "취업 걱정으로 답답해진 마음에 도서관을 찾았더니 텅 비어 있더군요. 대학교 도서관은 취업 준비 졸업생들로 미어 터진다고 들은 터라 처음엔 이상하게 여겼죠. 그러나 지방대생이 무작정 공부한다고 취직을 보장받는게 아니라는 이치를 깨닫곤 이해가 되더군요." 우씨는 재학기간 중 승부처로 9급 공무원을 택했다. 행정학과 학생들이 통상 거치는 '5급→7급→9급'이라는 하향조정 시행착오도 그에겐 사치였다. 1학년 겨울방학 때 고시학원에서 두 달간 강의를 듣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고시생의 길'로 들어섰다. 이듬해 봄 경기도와 서울시의 9급직에 각각 도전했으나 보기좋게 미끄러졌다. "저처럼 평범한 머리를 가진 사람이 학교와 고시를 병행하기란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 대인관계를 단순화시키는 등 제 자신에 대해 철저해 지기로 했죠."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려고 학교에선 수업만 듣고 집 근처 도립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시험 준비하는 동안에는 남자 친구도 사귀지 않기로 했다. 감정 소모가 많으면 정상적인 시험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간을 아낀 덕분에 9급 공채에서 가산점 혜택이 주어지는 워드 및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3학년 이전에 땄다. "부모님께선 이런 제 모습을 보고 '애 늙은이'라고 놀리시곤 했어요. 주변의 친구들 가운데 일부는 '너무 여유가 없다'는 핀잔을 줬죠. 그렇지만 주눅들지 않았어요." 우씨는 공무원 예찬론자다. 결혼 후에도 신분이 보장되는 데다 자기 시간도 충분히 주어진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어린 나이에 '너무 꽉 막힌 것 아니냐'는 주위 비난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자 지방대생들은 누가 뭐래도 현실적인 시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봐요. 이상적인 목표를 무작정 쫓아다니기보다는 당장 실현 가능한 작은 목표를 하나씩 밟아 나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거죠." 문화관광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우씨는 "발령 나면 직장과 업무에 적응하는게 무엇보다 급선무겠지만 시간이 된다면 7급 공채에도 욕심 내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