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2일 오전 손길승 SK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소환,SK해운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정치권에 제공했는지 여부 등을 밤샘 조사했다. 손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25분께 검정색 대형 승용차를 타고 대검청사에 출두,"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며 "(수사팀에) 가능하면 기업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호소해 보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 3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불구속기소 처분을 받은 이후 약 7개월만에 다시 검찰에 소환됐다. 현직 전경련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기는 지난 95년 전경련 회장이던 고 최종현 당시 선경 회장에 이어 두번째다. ◆'정치권에 비자금 1백억원 이상 유입'=검찰은 손 회장을 상대로 지난 2000∼2001년 SK해운을 통해 2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와 사용처,정치권 유입 규모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미 구 여권 인사 2명 등 여야 정치인 5∼6명에게 각각 20억∼30억원씩 비자금을 제공한 단서를 잡고 구체적인 경위를 캐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선 정치권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검찰은 최근 손 회장 등 SK구조조정본부와 SK해운의 자금담당 임직원을 상대로 두차례 이상 비공식 조사를 벌여 정치권에 1백억원대 로비자금을 제공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SK측이 작년 대선 직전 민주당에 대선 후원금 등의 명목으로 68억원을 제공했고 이 가운데 10억원 이상은 민주당이 정상적으로 회계처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확인 중이다. ◆사법처리 여부=검찰은 손 회장이 SK해운을 통해 2천억원대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했고 이 가운데 수십억원 이상을 정치권에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검찰은 그러나 손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데다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불구속 수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은 기초조사 단계여서 신병문제는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며 "손 회장은 현재 피의자 신문조서(횡령 등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비자금을 제공받은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내주 중반 이후 차례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