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친북'인사로 알려진 재독사회학자 송두율(59.뮌스턴대) 교수의 대북관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내재적 접근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재적 접근론이란 독일 학자들이 통일 전 동독을 연구하면서 사용한 칸트의 내재적 비판론을 송 교수가 북한 체제와 사회에 대한 연구에 접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송 교수의 대북관은 1988년부터 언론과 학술지에 기고한 칼럼을 모아놓은 `통일의 논리를 찾아서'(1995년.한겨레신문사)에서 가장 잘 엿볼 수 있다. 송 교수는 이 저서를 통해 북한체제는 자유민주주의나 자본주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평가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체제를 유지하는 데 근간이 되는 사회주의와 주체사상의 시각을 갖고 비교사회주의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재적 접근론에 기반해 북한사회와 체제를 이해한 뒤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그들이 이룬 이념적, 사회적 성과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 왔다. 송 교수는 또 한국을 겨냥해서 쓴 자신의 저서 `역사는 끝났는가'에 실린 `북한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논문에서 조심스럽게 "어느 사회나 사상을 평가할 때그들의 관점에서 이념과 성과간 차이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송 교수의 대북관은 군사정권의 반공 이데올로기 시대였던 198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진보진영은 물론 한국 내 북한 연구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던졌고북한 인식에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송 교수의 내재적 접근론을 북한체제를 적극 옹호하고 대변하는 `친북사상'이라고 규정하고 송 교수에게 `친북학자'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학문적인 관점에서 송 교수의 대북관은 북한에대한 시각을 넓혔다는 성과를 거뒀다"며 "송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나 중국과는 달리개방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는 옹호론을 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교수의 이러한 대북관은 북한에 역이용 당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1960년대 말부터 체제선전용으로 재외학자들을 포섭하기 시작했는데 서대숙 하와이대 교수나 이정식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1970년대 후반 북한과 접촉이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송 교수가 처음 입북한 1973년은 상당히 빠른 시기다. 당시 한국보다 체제의 안정성이나 경제력에서 앞섰던 북한에서도 내재적 접근론을 토대로 토지개혁과 농업집단을 통해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식민잔재 척결에 우월했다고 주장하는 서울대 출신의 송 교수를 급하게 필요로 했다는 해석이다. 또 북한으로부터 연구비 명목의 자금을 받게 되면서 송 교수는 북한의 유도에빠져들게 됐고, 자신의 뜻과는 관계없이 북한을 대변하고 감싸는 것처럼 보이는 언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학자도 있다. 남상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노동당에 입당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송 교수 자신도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의 대우를 요구했고 북한도 필요에의해 요구에 응했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이어 송 교수에 대해 "송 교수는 부친상을 당한 지난 1996년 김정일국방위원장으로부터 조의금을 받고 최근에도 방북하는 등 북한과 아주 밀접한 친북인사"라고 규정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