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2일 손길승 SK그룹 회장을 전격 소환함에 따라 SK 비자금 정치권 유입 의혹이 구체적인 사실로 드러날지 주목된다. 검찰은 손 회장을 상대로 2000-2001년 SK해운에서 분식회계 등을 통해 2천억원대의 자금을 장부상에 누락시킨 경위를 파악한 뒤 이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의 사용처를 집중 추궁중이다. 이와 관련, 검찰이 SK그룹이 구여권 인사 2명에게 20억원씩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손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을 건넨 정치인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수사결과에 따라선 정치권에 또한번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검찰은 SK해운이 2000∼2001년 분식회계 수법을 동원해 2천154억원 상당을 장부에서 누락시켜 상당한 액수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중 일부가 정치권에 유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K가 분식회계를 통해 누락시킨 자금이 총 2천억원대에 달해 1천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는 현대의 비자금 규모를 훨씬 넘어서고 있어 정치권에 제공된 비자금 규모도 그만큼 커질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SK해운이 집중적으로 분식회계를 한 시점이 2000∼2001년이어서 비자금이 16대 총선 또는 지난해 대선 직전에 거액이 구 여권을 비롯한 정치권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지난해 대선 직전 SK그룹이 민주당에 정치자금 명목으로 비자금 68억원을 전달했으며, 이중 10억원은 정상적인 회계처리가 되지 않은 돈이라는 첩보를 입수,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난 3월10일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이 "SK그룹도 후원금을 상당히 많이 낸 기업에 속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당시 이 사무총장의 발언 직후 민주당쪽에서는 SK그룹이 지난해 대선 직전 후원금으로 10억원을 낸 것을 비롯, 다른 기업에서도 비슷한 액수의 후원금을 냈다는 발언이 이어져 기업이 제공한 대선자금이 이슈로 불거진 바 있다. 이같은 발언들은 현재 검찰이 수사중인 SK 비자금중 일부가 민주당쪽에 대선자금으로 흘러들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으로 볼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이를 수수한 정치인들이 사법처리 도마위에 오를지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손 회장을 상대로 SK그룹으로부터 비자금을 받은 정치인을 사법처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손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을 건넬 당시 청탁이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만약 검찰이 대선자금을 포함, SK그룹으로부터 비자금을 수수한 정치인들에게 수뢰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할 경우 권노갑.박지원씨에 이어 유력 정치인들이 또 한번 사정의 칼날에 정면 노출될 위기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