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노후 생계에 대한 가족의 책임의식이 크게 희박해지는가 하면 노인 2명중 1명은 자녀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는 등 전통적인 가족 관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인구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생계를 비관해 자살하는 노인들도 크게 느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에 이르러 이미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2019년에는 14%를 넘어 '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정부가 2007년까지 노인 일자리 30만개를 새로 창출하겠다고 밝혔지만 2일 '노인의 날'을 맞은 노인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 노후 생계 '스스로 해결해야' =통계청이 1일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노부모를 누가 봉양해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가 70.7%로 98년 조사 때보다 19.2%포인트나 낮아진 반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9.6%로 1.5%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10명 중 1명꼴로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지만 갈수록 가족 부양을 기대하기 힘든 세태로 나아가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60세 이상 노인들도 이같은 흐름을 어쩔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부모의 노후 생계를 '주로 장남이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노인은 28.5%로 98년에 비해 11.8%포인트나 하락한 반면 '스스로 해결'은 13.6%로 4.7%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자녀와 같이 살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에 '같이 살고 싶다'가 53%, '같이 살고 싶지 않다'가 45.8%로 나타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노인이 자녀와의 동거를 원치 않았다. ◆ 2030년에는 2.8명당 노인 1명 부양 =15∼64세 인구에 대한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을 의미하는 노년부양비는 평균 수명의 증가 추세에 따라 2003년의 11.6%에서 2020년에는 21.3%, 2030년에는 35.7%로 각각 높아질 전망이다. 2003년에는 생산가능 인구 8.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으나 2020년에는 4.7명당 노인 1명, 2030년에는 2.8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되는 셈이다. 또 65세 이상 고령자의 42.5%(2001년 기준)가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신체적 의존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 생활의 기본적인 동작에 제한을 받는 노인도 11.8%나 됐다. 또 이들중 62.4%가 지난 1년간 관절염이나 고혈압을 앓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 생계 비관 자살 급증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이 내놓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전체 자살률은 10만명당 27.46명이었으나 노인은 10만명당 61.69명으로 2.3배가량 높았다. 특히 전체 자살자 가운데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9.75%에서 2001년 24.59%, 지난해 24.47%, 올들어 28.94%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승윤ㆍ김태철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