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화 세상 벗님네야 인생이 초로 같으니 어이 아니 서러운가(민요중에서)" "백발이 섧고 섧네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한심하다(백발가 중에서)" 10월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 지난 90년 유엔 총회의 지정을 받은 뒤올해로 13번째. 올해는 90여개국 1천100여개 도시에서 `세계 장노년 동시축제'(TheGlobal Embrace 2003)가 열린다. `세계 노인의 날' 기념행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개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한은퇴자협회 주관으로 작년에 이어 두번째 행사를갖는다. ▲인구학의 새로운 혁명= 새천년에 들어서면서 노인 인구의 증가는 선진국 뿐만아니라 다수 국가가 공감하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과학과 기술, 의약의 발전, 산재 예방조치, 영양과 교육환경의 개선으로 사망률이 크게 줄어든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노년층 비중이 이처럼 커진 것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 오늘날 60세를 넘는 노인 인구는 전세계적으로 6억500만명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오는 2025년에는 그 두배가 되고 오는 2050년에는20억명에 달하리라는 예상이다. 이렇게 되면 노인층 인구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어린이(0-14세)를 넘는 기이한 일이 빚어지는 셈이다. 특히 노년층 대부분은 경제가 취약한 개도국에 거주한다는 점이 사회경제적으로부담 요인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의하면 세계 노인의 44%가 아시아에거주하고 있고 그 다음이 유럽으로 24%에 달한다. 인구의 노령화는 우선 세대간 균형, 라이프 스타일,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족간 유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회경제적 파장 적잖아= 선진국에서는 이미 노인들의 주름살이 늘어날수록경제의 주름살도 깊어진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고 있다. 미국 보건부 산하 노령화대책국(AoA)의 설치는 그 충격을 간파한 발빠른 움직임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조기 퇴직 바람이 일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오히려 노동자의 조기 퇴직이 경제 전체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는 방향을 틀려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는 조기 퇴직에 따른 수혜자의 증가, 수명 연장에 따른 지급기간연장으로 연금 운용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걱정이 우선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하며 이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삶의 터전을 상실하는데 따른 심리적 좌절, 연금 수준이 평균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남은 삶의 '질적 저하'도 걱정된다는 심려도 엿보인다. WHO는 세계 노인의 날에 즈음한 보고서에서 노인층 인구는 `개발 이슈'라고 강조하고 "건강한 노인들은 가족은 물론 사회와 경제의 자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WHO보고서는 노인들이 자원봉사와 경험과 지식 전수, 가사 활동, 재취업 등을통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례로 아프리카에서는 이미 수백만 에이즈 환자가 집안에서 노인들의 보살핌을받고 있다. 또 부모가 에이즈에 걸려 사망하면서 1천400만 고아가 조부모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스페인에서는 직계 족손이나 친족내 환자는 상당수가노인, 특히 여성 노인에 의존하고 있다고 WHO 보고서는 지적했다. ▲현역 기간 연장도 하나의 방편= 지난해 4월 열린 세계 노령화 대책회의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안정과 존엄 속에 노령화를 준비하고 완전한 권리를 갖는 시민으로서 계속 사회에 참여토록 할 것을 촉구하는 국제행동계획을 마련했다. 행동계획의 우선 과제는 노인들을 개발과정에 동참시키며 이들의 건강과 복지를증진하며 선택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국제사회는 노인들이 절실히 요구하는 것, 현역에 머물고 싶어하는 이들의희망, 세대간 결속을 유지하고자 하는 바람을 인식해야 하며 노인들을 위해 보다 나은 미래의 비전을 모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는 노인들을 더 오래 현역에 두어야 하며 노령화를 연금 측면에서만 접근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보고서는 회원국 정부가 연령상 차별을 철폐하고 고령 노동자의 취업을 장려하며 이를 위한 여건 조성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정부 대책에는 연금 개혁을 넘어서는 조치들을 반영해줄 것을 권고했다. OECD 보고서는 다수 국가에서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현실적 판단을 바탕에깔고 있다. 실제로 현재 OECD회원국 인구 중 65세 이상은 22%를 차지하며 오는 2050년에는 4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엔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을 때 고령화 사회,14% 이상일 경우를 고령사회로 간주한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