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자정을 막 넘긴 시각. 잘 나가는 서울 강남의 청담동 대로에 위치한 한 건물 앞. 20~30대 청춘 남녀 30~40명이 모여 있었다. 너나 없이 한결같이 훤출하게 '쭉 빠진' 선남선녀는 한 외국계 명품 브랜드 업체의 청담동 점포 개업 파티에 초대된 고객들었다. 물론 이들 청춘남녀는 행사가 끝난 뒤 어디론가 가려는듯 모여 서서 이야기를나누고 있었다. 일부는 술에 취한 듯 건물 앞에 주저앉아 있었고, 다른 '생생한' 손님은 파티의여운이 가라앉지 않은 듯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기도 했다. 밤이 그야말로 깊었지만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이 점포 매장에는 환하게 불이켜져 있었다. 도로와 인근 주차장으로는 서울 번호판을 단 대형 고급 승용차와 외제차가 눈에들어왔다. 점포 관계자는 기자를 의식한 듯 "개업 기념으로 파티를 열었다"며 "자세한 행사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저녁 때부터 건물 3층에서 시작됐고 초대받은 손님만 입장이 가능했다. 초청객 대부분 외제 명품으로 치장한 20대 젊은 사람이었고, 유학생도 있는 듯끼리끼리 영어 등 외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른바 외국계 브랜드 업체가 서울 강남에 판매점이나 영업점을 오픈하면서 '철없는' 한국계 청년 고객을 불러모아 '비공개 파티'를 개최하는 것은 이젠 더 이상비밀이 아니다. 3년 전에도 한 명품 브랜드 업체가 청담동에서 개점 행사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인기 연예인과 유명 고객을 1천명 가까이 불러 모아 파티를 열었다가 시끄러운 '헤비 메탈' 음악 때문에 경찰이 출동하는 등 소동을 빚었던 적이 있었다. 근처를 지나던 회사원 박모(34)씨는 "밤 늦게 파티를 여는 것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수해와 어려운 경제 때문에 사회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데 굳이이렇게 자랑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