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금' 의혹사건 재판부가 26일 특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에게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 '현대비자금' 사건 병합심리로 이날 선고에서 제외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형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법원의 선고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박 전 장관 역시 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전 장관에게 적용된 혐의는 산업은행의 현대 대출을 관여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불법송금과 관련, 외국환거래법 및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위반 등 두 가지. 이중에 불법송금 부분은 재판부가 외국환관리법의 특례규정으로 볼 수 있는 외국환관리지침을 어긴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를 들어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에 박 전장관 역시 재판부의 이런 해석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 전장관에게도 유죄 가능성이 있다. 통상 적용이 까다로운 혐의중 하나로 꼽히는 직권남용의 경우 경제수석이었던 이 전 수석에게 인정됨으로써 당시 직책이 경제쪽과 다소 무관하다해도 '권력실세'로 꼽힌 박 전 장관에 대한 혐의 인정도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박 전 장관의 변호인은 당초 공판 과정에서 박 전 장관은 물론이고 대통령 업무를 보좌하는 경제수석에게 산업은행 대출을 지시할 권한은 없다며 이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가 잘못 적용된 것이라는 주장까지 내세우기도 했다. 법원이 특검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음에도 관련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실형은 면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박 전 장관의 처지가 더욱 대비된다. 이날 판결대로라면 박 전 장관 역시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장관은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기소돼 이날 오후 북송금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에서 추가기소된 혐의에 대해 또다시 재판을 받는 입장이다. 더욱이 박 전 장관에게 적용된 뇌물혐의의 경우 최저형이 징역 10년인데다 북송금 관련 혐의도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추가기소된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지 않은 이상 실형을 벗어나기 어렵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검찰은 미국으로 도주한 무기거래상 김영완씨와 현대 관계자들의 진술에 의거, 박 전 장관이 현대의 대북사업 편의제공 대가로 150억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지만 박전 장관은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어 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