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사건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통치행위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지만 송금과정에서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처벌을 면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대북송금 수사 자체가 정상회담의 숭고성을 훼손시키고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을 놓고 그동안 빚어진 숱한 정치.사회적 논란은 일단 1심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상균 부장판사)는 26일 대북송금 의혹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특경가법상 배임 및 직권남용)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구 외국환거래법 및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 대해서는 벌금 1천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또 산업은행의 현대그룹에 대한 불법대출을 주도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기소된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에 대해서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북송금은 통치행위로서 이견의 여지가 없는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주관.객관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지만 송금행위 자체를 통치행위로 볼 수는 없다"며 "따라서 대북송금 과정에서 빚어진 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고 기소내용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는 만큼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남북정상회담은 상징성뿐만 아니라 민족화해, 군사적 긴장완화, 이산가족 만남 등 측량하기 어려운 변화와 희망적 전조를 안겨줬고 피고인들 역시 통치행위인 정상회담과 관련해 소명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말했다. 공판 직후 박광빈 특검보는 "저는 언제나 재판부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선고 결과에 다소 만족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항소 여부는 송두환 특검에게 보고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고 박상배 전 부총재는 선고직후 만감이 교차한 듯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한편 재판부는 앞서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 대해 사망신고서가 접수됨에 따라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으며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은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기소됨에 따라 변론재개 결정을 내려 이날 오후 3시 속행공판을 갖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