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던 아동 성추행 피의자에 대해 5년만에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22일 서울지법 서부지원 형사1단독 안승국 판사의 심리로 열린 유치원 운영자 홍모(57)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날 구형은 일견 평범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지난 1998년 당시 5세였던 이모(11)양이 홍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이양의 어머니 송영옥(44.아동 성폭력 피해자가족 모임 대표)씨가 검찰을 상대로 5년간의 `끈질긴 투쟁' 끝에 얻어낸 것이다.

1998년 5월 딸 이양이 다니던 유치원 운영자 홍씨로부터 성추행 당한 사실을 알게된 송씨는 홍씨를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그러나 `피해자가 추행의 일시, 장소, 횟수, 정황 등에 관해 기억하지못하고 있고, 그 진술은 고소 사실을 입증할 정도의 증명력을 갖지 못했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송씨의 항고로 이듬해 대검은 `수사미진'을 이유로 재수사 명령을 내렸으나 검찰은 1년 7개월만의 재수사에서 이양에게 성추행을 당한 정확한 날짜와 장소, 횟수를 말하라고 요구했고, 정신과 치료로 겨우 충격에서 벗어난 이양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또 다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마침내 송씨는 이양의 성추행범을 처벌하지 않은 검사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 지난해 8월 불기소 처분 취소 결정을 받아냈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엄마와 의사에게 말하게 된 경위가 자연스럽고 진술 역시 일부러 꾸민 것으로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므로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씨는 이어 2001년 5월 유아 성폭력 사건 최초로 홍씨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6천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아냈지만 홍씨에 대한 형사처벌을 포기하지 않아 마침내지난 1월 23일 첫 형사재판이 열리게 됐다.

재판과정에서 법원이 이양에게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라는 소환장을 수 차례 보냈으나 송씨는 `성폭행을 당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딸에게 다시 가해자와 대면해 끔찍한 기억을 되살리라는 것이냐'며 반발, 이에 불응했다.

송씨는 이어 "지금 11살인 아이가 5년전 일을 기억하기도 어렵고, 설사 기억해낸다 하더라도 너무 충격적인 일이라 정신적으로 아이에게 재차 성폭력을 가하는 셈"이라며 검찰을 통해 증인철회를 요청했고 지난 6월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송씨는 이 과정에서 딸과 함께 8개월간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이혼의아픔까지 겪어야 했다.

그러나 송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1년 10월 `아동 성폭력 피해 가족 모임'을 결성, 경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성폭력 아동 피해자 가족을 돕고있다.

홍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0월30일 서부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홍씨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데다 이양이 법정증언을 하지 않은채 과거 이양의 진술을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 등만이 증거로 제출된 상태여서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송씨는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수사 검사를 상대로 `고의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다는 계획이다.

송씨는 "성폭력 사건을 초기 단계에 수사만 잘 했어도 이처럼 재판이 길어지며우리가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성폭력 수사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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