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 아들 세대에 이르기까지의 교과서를 전시,교육문화의 발전과정을 새롭게 조명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입니다." 24일 교과서박물관을 개관한 황태랑 대한교과서 사장은 "오랫동안 소망했던 일을 이루게 돼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한교과서 조치원공장(충남 연기군 동면) 부지 내에 자리잡은 교과서박물관은 10여년의 준비기간을 거쳤으며 각종 교육자료 15만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옛날 서당 시절부터 개화기·일제강점기·광복 직후의 교과서,세계 각국의 교과서,남북한 교과서 비교,미래의 교과서 등 교육적으로 유익하고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볼거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대한교과서가 교과서박물관을 열게 된 것은 55년 역사를 지닌 회사답게 방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최근 크게 바뀐 개방·경쟁적 기업문화의 결과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국민주 공모를 통해 설립된 영향으로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문화가 깔려 있었지만 90년대 중반부터 개방·경쟁문화로 사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특히 지난 98년12월 국정교과서 인수에 성공한 이후 공익에 기여한다는 이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한교과서에서 34년째 몸담고 있는 황 사장은 99년 사장에 취임한 이후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신문을 읽으며 하루 계획을 세우고,오전 7시면 어김없이 사무실에 나타난다고 한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이면서도 일에 관한한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박물관 설립이 우연이 아닌지 개인적으로는 그림 모으기가 취미라고 한다. 문화재관리위원이었던 선친의 영향으로 60년대부터 그림 수집을 시작,40년 넘게 그림에 미쳐 쫓아다녔다. 맘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물려받은 전답을 팔아 그림을 샀다. 이렇게 해서 모은 작품이 동서양화 5백여점과 조각품 50여점에 이른다. 그림에 관한한 이제 서울 인사동에서도 알아주는 전문가가 됐다. "은퇴하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갖는 게 작은 꿈입니다." 황 사장은 박물관이나 전시회나 준비하는 사람의 오랜 정성이 담겨야 한다면서 "교과서박물관이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 방향을 찾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