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철학자 송두율(宋斗律.59) 교수는 21일베를린에서 가족과 함께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전 "37년 만의 귀국을 통해 민주화된고국을 확인하고 그동안 어려움 속에 기다려온 보람을 느끼고 싶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967년 공부하기 위해 독일에 와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37년 만인 2003년에야 민주화된 고국 땅을 밟게 돼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면서 "이제 정말 한국 가는 비행기를 탄다는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많이 변화하고 발전된 한국의 모습을 보고 민주화된 고국을 확인하고 싶다"면서 "이를 통해 37년 간 기다려온 보람을 느끼고 앞으로 통일과 민족에더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당국의 조사와 관련, "법적으론 독일 여권을 갖고 귀국하는 신분이지만 내가 원래 한국인인데다 공적 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의 초청으로 들어가면서한국 정부 당국의 입장을 부정할 수 만은 없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국정원이 주장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며, 특히 범죄자 다루듯 입국장에서 체포하고 강제 조사하려는데는 거부감을 느낀다"면서 변호사 및 독일 정부 등과 협의해 상황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공항 통과와 이후 진행과정은 한국 민주화의 평가 잣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서로 상대 입장을 헤아리고 예우하는 선에서 일이 잘되어나기기를 바라는 `선의의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베를린 예술대학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가정의 경제를 지탱해온 부인 정정희(鄭貞姬.61)씨는 자신으로선 38년 만의 귀국에 대해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럽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기도 한다. 공항 오는 택시 안에서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연구원인 큰아들 준(儁.28) 씨는 귀국 소감 질문에 "부모님께서 마침내 귀국하시게 된 것은 아주 멋진 일"이라고 답했다. 미국에서 소아과 전문의 자격을 딴 뒤 독일에 돌아온 작은 아들 린(麟.27) 씨는"좋은 일에 헌신해온 아버지에 대해 한국 수사기관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일이 이해되지는 않지만 이번에 함께 귀국하게 돼 매우 행복하며 흥분된다"고 말했다. 부인 정씨와 두 아들은 서울에 가면 "길거리를 이곳 저곳 걸어다니면서 서울 거리와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한국 말은 인사말 정도 만 할 수 있는 송 교수의 두아들은 이번 귀국을 계기로 앞으로 한국말에 관심을 더 갖고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송 교수의 귀국 길에는 당초 예정했던 독일 변호사 대신 민주화추진 변호사협회소속인 김형태 변호사와 송교수의 오랜 벗이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일에 관여 중인 박호성 서강대 교수 만 동행한다. 이밖에 KBS의 `한국사회를 말한다' 프로그램 제작팀과 지난 2000년에 벌어졌던송교수 귀국 좌절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경계도시'를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출품했던 강석필 감독도 같은 비행기를 탄다. 그러나 송교수의 박사논문 지도교수인 세계적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73)는 애초 부터 동행할 형편이 아니었으며, 귀국과 관련 별도 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은채 "문제가 생기면 최대한 지원키로 했다"고 송교수는 설명했다. 공관장 회의 등 업무차 베를린에 온 뒤 송 교수 및 주독 한국대사 등을 만난 미하엘 가이어 주한 독일 대사는 지난 20일 서울로 귀임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