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그동안 경제논리와 환경논리가 첨예하게 충돌해온 경부고속철도 금정산 천성산 터널공사,경인운하,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터널 등 3대 사업에 대해 향후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경부고속철도 금정산~천성산구간 공사는 기존 노선대로 강행하고, 경인운하는 굴포천 방수로 건설을 우선 추진하되 운하사업은 추후 경제성 및 사업내용을 재검토해 그 결과에 따라 추진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터널 공사는 공론조사를 거쳐 최종 노선을 확정키로 했다. 정부는 출범 직후 국민여론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 위해 이들 사업을 전격 중단시켰지만 이날 경부고속철도 사업부터 '원위치'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여론눈치를 보느라 시간만 허송하고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눈덩이처럼 불려 놓은 꼴이 됐다. ◆경부고속철 금정산공사 '당초안 추진 결론' 배경=기존노선을 버리고 환경단체가 제시하는 대안노선을 채택해 공사를 다시 할 경우 사업이 7년 정도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정부의 원안회귀'에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대안노선으로 재공사를 할 경우 운영수입 감소 등을 제외하고도 연간 2조원 정도의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노선변경에 따른 총 손실이 당초 예정된 경부고속철도 총공사비의 1.2배에 달하는 22조1천64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자 대안노선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공사도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공사가 중단되면서 손실이 약 4천9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과 경제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정부= 정부는 경제성과 환경성을 절충한다고 하지만 경부고속철도 사업만 확정됐을 뿐 경인운하와 북한산터널공사는 또다시 어정쩡하게 미뤄졌다. 북한산터널 공사의 경우 기존노선 외에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정부 내 실무자들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공론에 부치기로 한 것은 여론동향에 극도로 민감한 참여정부의 행정행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경인운하사업과 관련해선 아직 경제성 부분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번에 '추진보류'결정을 함으로써 환경단체 등이 경부고속철과 북한산터널문제에서 양보할 명분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같다. 정부의 이런 결론이 환경논자들을 만족시키지도 않는다. 시민단체들은 "환경논리를 수렴하는 흉내만 내고 결국 경제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역주민과 관련업계 등도 불만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결국 다른 대안도 없으면서 환경논자 등의 주장에 휘둘려 시간낭비만 하고 경제손실만 키웠다"고 혹평한다. ◆향후 환경·개발사업 어떻게 =참여정부는 출범초기 '개발'보다는 '환경'에 확연하게 무게를 뒀다. 그러나 최근들어 경제상황이 너무 어려워지고 경기부양 등이 불가피해지자 '개발'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야 한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환경단체 등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감안한 나머지 미적거리는 형국이다. 정부는 앞으로 사업초기부터 환경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사찰 주변지역을 역사문화보존지역 등으로 정하는 법 개정도 검토할 방침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