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특별재해지역 선포에 별 기대하지 마세요." 작년 태풍 '루사'에 직격탄을 맞고 정부로부터 특별재해구역으로 지정받았던 김천지역 주민들은 최근 태풍 '매미' 피해주민들이 특별재해지역 지정을 학수고대하는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북 김천시 신음동에서 경일자동차매매 상사를 운영하는 김진섭 사장(35)은 지난해 태풍에 전시해 둔 자동차가 하천범람으로 침수되고 사무실까지 완파돼 1억여원의 피해를 입었지만 한 푼의 지원금이나 특별융자도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 사장은 수차에 걸쳐 관계기관에 항의도 하고 건의도 했지만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말에 결국 위로금 2백만원을 받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김천지역의 11개 중고자동차 매매업체들은 6백여대의 자동차가 침수되거나 떠내려가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었지만 보상이나 지원금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그는 "정부에서 김천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하고 무슨 큰 지원이라도 해주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지역상공인들이 실감하는 지원은 별로 없다"면서 "자금지원을 해준다고 하지만 부동산 담보를 요구하고 금리가 싼 것도 아니고…특별재해지역 지정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은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김천시에서 태풍 루사로 피해를 입은 제조업체는 25개사로 피해액은 26억여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의 특별재해지역 선포에 따라 지난 1년간 업체당 위로금 2백만원씩 받은 것을 제외하고 복구용으로 대출을 받은 업체는 4곳, 총 대출금은 4억5천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기계와 제품이 모두 잠겨 2억원대의 피해를 입은 우풍화장지 구본기 사장은 "올해 종합소득세가 감면됐고 운영자금으로 1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원래 지자체에서 금리를 보전해 주는 기존의 정책자금에서 나온 것이어서 태풍피해복구를 위한 정부의 순수 지원은 없는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더욱 불만이 크다. 특별재해지역이라고 해도 주택에 세들어 있는 상점은 주택복구에 지원금이 나간다는 이유로 위로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영세 상인들은 사업자등록증이 없으면 위로금조차 받지 못했다. 감천 범람으로 극심한 침수피해를 입었던 김천시 황금시장에서 금화슈퍼를 경영하는 최선태씨(57)는 수천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지만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김천시청 지역경제과 김종국씨는 "현행 지원제도가 농림수산중심으로 돼 있어 제조업체는 지원해 주고 싶어도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태풍 '루사'로 김천지역에서 총 3천5백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 5백96억원의 국비가 지원됐지만 대부분 도로 등 인프라 복구에 쓰였고 지역상공인들이 기대했던 복구비 융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천=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