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에 집중 피해를 당한 자치단체들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각 지역마다 엄청난 쓰레기 처리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경남에선 전염병 우려속에 희귀수목들이 고사할 위기에 놓였고 강원도에선 당국의 책임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민원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부산시에서는 매미가 동반한 해일, 강풍, 침수 등으로 무려 1만8천500여t의 쓰레기가 한꺼번에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중 강서구 3천500t, 해운대구 2천700t, 서구 2천300t, 영도구 2천t 등 해안과강을 끼고 있는 6개 구에서만 전체 발생량의 73.2%에 해당하는 1만3천550t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예전의 태풍 쓰레기는 초목류와 스티로폼 등 부유 쓰레기가 주를 이뤘으나 이번에는 가옥.건물 침수 및 파손 때 발생한 폐 목재와 대형폐기물 등 `악성'이어서 처리하는데 많은 예산이 필요한 실정이다. 부산시는 환경미화원 외에 군인, 자원봉사자 등의 지원을 받아 지금까지 2천500여t을 처리했으며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17일까지는 완전 수거한다는 계획이나 매립장 처리가 힘든 목재류와 합성수지가 다량 포함돼있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경남지역에서는 전염병 발생 가능성 때문에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해 있다. 경남도와 마산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도 도내에서 3천700여채의 주택과 8천500여㏊의 농경지가 물에 잠겨 있어 복구작업을 벌이는 주민과 공무원 등이물속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오염된 물과 먼지, 쓰레기 더미에서 나오는 세균 등에 따른 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특히 마산에선 지하상가와 아파트 주차장 등 아직까지도 물이 빠지지 않은 곳이많아 물속 작업에 따른 피부병과 수인성 전염병 등이 우려되고 있다. 마산시보건소는 "수해지역에서는 물빼기 및 벼세우기 등의 물속 복구작업이 많기 때문에 장티푸스, 콜레라, 이질 등의 수인성 전염병과 접촉성 피부병, 렙토스피라, 눈병 등의 전염병 발병 가능성이 높다"며 침수지역을 중심으로 하루 150차례의방역활동을 벌이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염병 예방대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또 남해의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경남 거제시 외도해상농원은 태풍으로 아열대식물과 희귀수목들이 바닷물을 뒤집어써 고사 위기에 놓였다. 지난 95년 개장된 외도해상농원은 4만7천여평의 섬 전체에 코코아 야자수, 가자니아, 종려나무, 선인장 등 800여종에 이르는 아열대식물 수십만그루와 조각공원 등으로 이뤄져 연간 80만∼1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남해안 최대의 관광명소. 그러나 외도는 이번 태풍으로 섬 전체가 초토화돼 섬내 도로를 정비하고 건물을보수하는데만 최소 보름에서 한달이 걸려 이 기간 섬 개방이 어려운 상태다. 이밖에 강원도 강릉, 삼척, 정선 등 강원지역 주민들이 집단민원을 잇따라 제기해 자치단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번에 농경지와 가옥 침수 피해를 입은 강릉시 월호평동과 강동면 하시동리 주민들은 농업기반공사가 관리하는 펌프 5대중 4대가 고장나고 골재채취장 골재더미가물 흐름을 막아 피해가 났다며 책임자 처벌과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주택과 상가 침수 피해를 입은 강릉시 노암동 피해 주민들도 빗물(우수) 차집관로와 하수관 용량 부족으로 상습적 침수가 반복되고 있다며 근본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오는 18일 강릉시청을 항의 방문키로 하는 등 집단민원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를보이고 있다. (부산.마산.광양.강릉=연합뉴스) 심수화.유형재.황봉규 기자 sshwa@yna.co.kr yoo21@yna.co.kr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