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매미'로 입은 피해에 대해 법적 배상을 받아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다. 배상을 받으려면 국가나 지자체, 건물주 등 관리책임자의 과실 입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천재지변 중에서도 이번처럼 불가항력적 성격이 워낙 강한 경우 '예방적 관리책임' 입증이 만만치 않아 법적 소송을 통한 피해보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구체적 피해액을 입증하고 책임을 맡은 당국의 과실이 명백한 인과관계를 가질 때에만 배상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재민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한 피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는 드물다. 신림동을 휩쓴 살인적 폭우로 피해를 본 수재민 30여명이 서울시와 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울지법은 작년 12월 "예측 강우량을 훨씬 넘는 수량이 단시간 복개시설을 통과하면서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것인 만큼 손배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1988년 집중호우 침수피해를 당한 서울 마포구 망원동 주민 1만여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법원은 10만원에서 최대 1백여만원의 위자료를 주민들에게 주라는 배상판결을 내렸지만 유수펌프장 관리상의 하자를 인정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책임자의 과실이 입증된 경우 일부나마 승소한 사례가 있다. 제방 붕괴로 농경지 침수피해를 입은 성남시 동막천 주민들이 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2001년 서울고법은 "시가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